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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V

수퍼 투스칸

by 진원재 Willie Chin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토스카나 와인이 있다.


수퍼 투스칸 Super Tuscan


대단한 토스카나 와인. 이탈리아 토종 품종이 아닌 프랑스 보르도 품종을 토스카나 땅에서 키워 자신들만의 양조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다. 그런데 보르도 와인보다 맛있어서 붙은 별칭. 최고의 와인을 향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도전 정신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와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와인 자부심으로 다른 나라 와인을 개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 와인샵이나 식당에 가서 다른 나라 와인을 찾으면 그런 걸 왜 먹냐고 한단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프랑스의 잘난 척과 위선을 싫어한다. 최고의 맛과 향을 위해서는 자존심은 따위는 버리고, 다양성과 실리를 지향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나도 동의한다. 오늘은 보르도, 내일은 키안티, 모레는 캘리포니아. 얼마나 다채롭고 새로운가. 물론 다양함을 즐기는 건 나만의 개취일 수 있지만 말이다.


프랑스 요리가 최고라고 하는데, 정작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 식당보다 이탈리아 식당이 더 많다. 우리에게도 라따뚜이나 오믈렛보다는 피자, 파스타가 더 친숙하다. 프랑스는 퀄리티가 높다고 해도 이탈리아는 퀄리티와 퀀티티 모두 포괄하는 느낌이다. 와인 생산량도 이탈리아가 더 많다고 한다. 물론 극소수의 최고가 와인들은 프랑스 와인이다. 이런 점들을 볼 때 프랑스 와인은 자존심이고, 이탈리아 와인은 자존감으로 느껴진다.



몇 달 전, 딸아이의 친구 가족을 저녁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친구 아빠가 수퍼 투스칸 티냐넬로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말로만 듣던 수퍼 투스칸! 내가 항상 신뢰하는 와이너리인 안티노리의 와인!


티냐넬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 포도와 보르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섞어서 만든 와인이다. 산지오베제 고유 특성인 경쾌함을 유지하면서도 보르도의 강건함과 묵직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와인이 깨어나는 것을 돕는 유리병 디켄터를 꺼냈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디켄터에 티냐넬로를 옮겨 따랐다. 벌써부터 풍부한 과일향과 나무향, 가죽, 땅(흙) 냄새가 풍겼다. 시간이 꽤 흘렀고 잔에 따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강하게 입안을 조여 오는 느낌과 함께 적당하면서도 부드러운 신맛, 묵직함, 깔끔함 등등 다양한 맛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느낌들이 어느 하나 떨어지는 것 없이 모두 다 강렬했다. 음악을 들을 때 이퀄라이저를 모두 다 최대로 올린 것과 같았다. '밸런스가 좋다.' 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즐겨 마시던 발랄하고 가벼운 키안티 와인과는 완전히 달랐지만, 분명 키안티의 경쾌함은 가지고 있었다. 강렬한 경쾌함이었다. 키안티의 체리가 복숭아 만한 체리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한 모금을 아쉬워하며 나의 몸안에 저장했다.


티냐넬로가 유명세를 타면서 키안티 와인도 세상에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안티노리 가문은 14세기부터 와인을 만들어 온 역사가 긴 와인 메이커이지만, 20세기 피에로 안티노리에 이르러 가장 발전하게 된다. 1970년에 피에로 안티노리가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카베르네 소비뇽을 들여와 티냐넬로를 만들었다. 끝없는 도전과 실험정신의 결과였고, 그가 만든 와인은 세계 최고의 와인에 선정되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으로 세계 최고를 만들어냈다. 전통, 규정, 원칙도 물론 중요하지만 새로움, 유연, 자율이 나는 더 좋다. 그래서 내가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하나 보다.


세상에 자존심만 세우고, 자존감은 약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마음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극 권한다.


슈퍼 투스칸!


가격이 좀 비싸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Antinori

Tignanello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르베네 프랑

진한 검붉은색

오크향, 검은 과일향, 가죽향, 담배향

진하기 3.5

탄닌 3.5

당도 0.5

산도 2.5

3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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