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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 I

네비올로

by 진원재 Willie Chin




다시 이태리 출장 때 이야기다. 회사 선배와 함께 밀라노 북쪽 꼬모 호수에 간 적이 있다.

호수면 주위로 예쁜 집들과 자그마한 언덕이 삥 둘러 쌓인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긴 호수를 따라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다가 호텔과 식당을 같이하는 오래된 건물로 들어섰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민 로비를 지나 식당에는 대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선배는 피자와 리조또를 시켰다. 경상도 출신이었던 선배는 밀라노에 온 지 1년도 안되었는데 능숙하게 와인 리스트를 훑어보고 한 병을 주문했다. 버섯 리조또 함께 시킨 와인은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든 피에몬테 와인이라고 했다. 나는 그냥 품종 이름만 기억하고 온전히 느낌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가 나오기 전 와인 먼저 서브되었다. 와인은 맑고 깨끗한 붉은색이었다. 자세히 보니 약간 누런기가 있는 벽돌색으로도 보였다. 축축한 나무와 나뭇잎 향이 났다. 가을 숲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토스카나 와인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잠시 후 나온 엔초비 피자는 그다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 못했는데 다음에 나온 버섯 리소또와 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버섯의 축축하고 독특한 향기가 네비올로의 숲 속 느낌과 어우러져 마치 숲에서 버섯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와인은 더욱 부드럽게 변했으며, 입 안을 조여 오는 조임(탄닌)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네비올로는 토스카나 와인들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맑고 찰랑거리는 라이트한 묽기는 비슷했고, 신맛도 강한 편이었는데, 확실히 토스카나 와인보다는 입 안을 조이는 탄닌은 강했다. 겉으로 보기엔 라이트한데 강한 탄닌이라... '외유내강'. 컬러도 레드 이미지와 가까운 토스카나와는 다르게 브라운 이미지에 가까웠다. 왠지 '토스카나는 열정적이고, 피에몬테는 중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또 멋진 포도 품종 와인을 접한 즐거움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호숫가로 나와 젤라또를 디저트로 먹었다. 이탈리아의 젤라또는 어딜 가나 맛있겠지만, 밀라노 사람들에겐 특히 꼬모 호수의 젤라또는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알딸딸한 기분과 함께 달콤한 젤라또를 먹으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가 하늘인지, 하늘이 호수인지 헷갈렸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이탈리아에는 멋진 와인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와인의 화려한 라인업은 이제부터였다.



Vietti

Perbacco Langhe Nebbiolo

네비올로

맑고 가벼운 루비벽돌색

붉은 과일향, 나무숲향, 가죽향

진하기 2.5

탄닌 4.0

당도 0.5

산도 4.0

4~5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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