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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 III

돌체토

by 진원재 Willie Chin



와인을 마실 때 우리는 이러쿵저러쿵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느낌은 서로 비슷할 때도 있고, 다른 경우도 많다. 자신이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의 느낌을 통해 발견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서로의 느낌에 대해 존중해주며, 그것이 틀리다고 비난하거나 고쳐주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모두 다르며, 각자의 마음(개취)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으로 얘기했듯 각자 개개인의 시공간도 모두 다르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두 다른데 감상해야 할 와인들도 너무 다양하다. 와인샵에 가보면 너무도 다양한 와인들이 복잡하게 널려 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골라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 이탈리아는 아주 오래전부터 와인을 마셔온 나라인 만큼 막막한 와인 고르기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오고 있었다.


이탈리아에는 에노테카 enoteca라는 조그만 와인가게가 곳곳에 있다. 그곳에 가면 주인에게 와인에 대한 역사와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도 있고, 간단한 안주와 와인도 마실 수 있으며, 와인을 배우고 와인과 친해지는 공간이다. 각 지역의 에노테카는 그 지역 와인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피에몬테주의 에노테카에 가면 손님들은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와 같은 고급 네비올로나 달콤한 모스카토 와인을 주로 찾는다. 에노테카 주인장들은 손님에게 맞는 와인들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카운터 밑에 따로 레드와인 한잔을 따라 놓고 홀짝 거린다고 한다. 이 와인이 돌체토 dolcetto다.

돌체토 품종은 키우기가 손쉬워 값도 싸고 맛있는 와인이다. 피에몬테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돌체토 와인을 식사 때나 평상시에 가볍게 즐겨왔다. 돌체토는 네비올로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진한 보랏빛을 띠고 산도는 그리 높지 않다. 복잡하지도 않으며 단순 명료한 검붉은 과일향이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피에몬테 사람들은 엄청나게 고급스럽고 비싼 네비올로 와인을 잘 만들어 팔면서 정작 자신들은 이 소박하고 값싼 돌체토 와인을 즐긴다.


나도 돌체토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 기억이 선명하다. 못 보던 품종인데 가격이 착해서 한번 마셔볼까 하며 가볍게 고른 와인이었다. 과일향이 지배적인 와인을 좋아하던 나에게 그냥 한방을 훅 치고 들어왔다. 그렇다고 아주 단순하지도 않았다. 주인공은 과일향이었지만 오크통, 후추, 허브의 향기도 깔려있었다. 개인적으로 과일 느낌이 70%, 나머지 여러 가지 맛과 향이 30% 정도인 게 좋은데, 돌체토가 딱 그랬다.


와인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 피에몬테 하면 바롤로, 바르바레스코다. 하지만 그렇게 통념화가 되어 있을 뿐, 실제는 달랐다. 진정한 피에몬테 와인은 돌체토다. 아무리 바롤로, 바르바레스코가 피에몬테 대표 와인으로 알려져 있어도, 피에몬테 사람들이 '일할 때 자기도 모르게 홀짝 거리는 와인' 그것이 진정 그들의 대표 와인이 아니겠는가.



Pio Cesare

Dolcetto d’Alba

돌체토

진한 보라색

검붉은 과일향, 나무향

진하기 3.5

탄닌 2.5

당도 1.0

산도 2.0

2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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