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극찬했던 아마로네는 우아한 예술 그 자체였다. 여러 가지 향기가 진하고 강하게 나를 감샀다. 전율을 느꼈다. 그러나 발폴리첼라는 마시는 순간, 어렸을 때 먹던 자두맛 사탕이 생각났다. 단순하며 라이트하고 그냥 아주 직관적인 과일향 알사탕. 컬러도 맑고 깨끗한 전형적인 빠알강색. 와인잔을 검색하면 상품광고 이미지로 볼 수 있는 그런 예쁜 빨간색이다. 알코올 기도 많지 않고 새콤한 신맛이 났다. 군것질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재미있는 와인이었다. 나름대로 매력을 느꼈다.
찾아봤더니 발폴리첼라 레드 와인은 4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그냥 발폴리첼라(일부 아주 오래전부터 와인을 만든 지역에는 뒤에 클라시코가 붙는다),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발폴리첼라 리빠소,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포도는 주로 3개 품종(코르비나, 론디넬라, 몰리나라)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건조, 숙성, 블랜딩 등 여러 가지 만드는 방법을 달리해서 종류가 네 가지로 나뉘며 모두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지역의 동일 품종 와인이 만드는 방법에 따라 4가지로나 나뉘니, 이탈리아 와인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이탈리아는 복잡 그 자체이다. 역사적으로도 복잡, 포도도 복잡, 와인도 복잡. 이렇게 정신없는 나라다 보니, 아마도 성격유형 테스트 MBTI 검사를 하면 P형(인식형)이 나올 것 같다. 철저한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P'. 왠지 J보다는 P형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최인철 교수의 '아주 보통의 행복이란 책'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것을 즐기면서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또 새로운 것을 추구할 줄도 아는 것 같다. 호기심도 많고 긍정적이며 유쾌하다. 복잡을 다양으로 받아들인다. 불행한 사람들은 대체로 복잡을 지저분으로 여긴다. 호기심보다는 짜증과 불쾌함을 느낀다. 아마도 MBTI의 J형(판단형)이 이탈리아에 살면 스트레스 엄청 받을 것 같다.
아마로네는 예술적이라 좋았고, 그냥 발폴리첼라는 단순해서 좋았다. 미술관에 가도 좋고, 사탕가게에 가도 좋은 그런 느낌이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과 친해지면 자신도 좋아하는 것이 많아진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을 가까이하면 자신의 행복도도 높아진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그것도 빠르게. 복잡을 짜증이나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말자. 그냥 즐기자.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렇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도 있고 좀 덜 좋아하는 것도 있고. 사실 나도 P형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을 이렇게 좋아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