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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IV

프로세코

by 진원재 Willie Chin




가난한 자의 샴페인

프로세코 Prosecco


이탈리아 베네치아 북쪽 트레비소 지역에서는 글레라라는 포도를 주로 사용하여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를 만든다. 과일향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비싼 프랑스 샴페인을 대신할 수 있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유명 샴페인이 한 병에 6~10만원인데 비해 프로세코는 1~3만원이다.


난 솔직히 둘의 가격 차이가 이 정도로 나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프로세코는 샴페인과 달리 숙성 후 효모를 제거하고 만드는 방식 때문에 샴페인에 비해 모든 게 단순하다. 샴페인은 효모 향기와 함께 다른 숙성에서 첨가되는 향들도 많은데 프로세코는 보다 단순하며 과일향이 강조된다. 그래서 풋사과, 배, 레몬과 같은 과일향이 더 두드러진다. 숙성으로 생기는 2차 향보다 과일의 1차 향을 좋아하는 나로선 비싸게 주고 샴페인을 살 이유가 없다.


맛은 새콤한 신맛이 강하고 단맛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진다. 높은 것은 드라이, 낮은 것은 브루트라고 한다. 잔에 따라 놓으면 가늘게 기포 줄기가 기분 좋게 계속 올라온다. 기포를 보고 있는 것도 즐겁다. 입안에 프로세코를 머금으면 미세한 탄산이 바글거린다. 조금만 넣은 것 같은데 입안이 빵빵해진다. 그러면서 풍성한 과일들이 마구 쏟아진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프로세코와 탄산수, 아페롤이란 오렌지술(씁슬한 맛이 난다고 한다) 세 가지를 1/3씩 섞어서 식사 전에 칵테일로 마신다. 이것을 스프리츠라고 한다. 식사 전에 이 스프리츠를 마셔 약간의 씁쓸함과 상쾌함이 입에 돌게 하여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밥 먹기 전에 스프리츠,

밥과 같이 아마로네,

밥 먹고 디저트와 소아베.

베네토 사람들 너무 부럽다.


탄산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콜라든 맥주든 탄산이 들어있는 음료는 기분을 업시켜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오픈했을 때의 청량한 소리, 따를 때 올라오는 거품층과 다 따랐을 때 기포들이 터지는 소리 그리고 계속해서 꼭대기로 올라오는 수많은 기포들. 눈과 귀, 모든 감각들을 자극한다. 특히 프로세코는 탄산에 알코올과 과일향까지 더해져 최고의 기분 치료제가 된다.

사실 난 탄산을 잘 못 마신다.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기분이 우울하거나 다운되어 있을 때, 프로세코를 딴다. 그리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 프로세코를 감상한다. 나의 몸속 좋지 않은 감정과 마음들을 황금빛 탄산에 날려버린다. 그리고 눈을 감고 베네토의 한 언덕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을 느낀다.


프로세코

가난한 자의 샴페인?

아니

갓(신)보험 적용 마음 치료제!



Mionetto
Prosecco DOC Brut

글레라

밀짚노란색

풋사과향, 배향, 레몬꿀향

진하기 2.0

산도 3.5

당도 0.5

탄산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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