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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니아

타우라시

by 진원재 Willie Chin


이건 또 무엇인가! 멋진 와인이 또 숨어있었다. 진하고 고급스럽고 복합미가 짱짱하다. 부드럽고 강한 탄닌과 높은 산도. 산뜻한 과일향과 쨈 냄새, 나무향과 담배향 복잡하고 꽉 찬 느낌이다. 모든 과목에서 고루고루 고득점을 받은 우등생이었다. 처음 접해보는 이탈리아 품종의 와인. 계속해서 몰랐던 멋진 와인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 절대 끝나지 않는 이탈리아 와인의 세계.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나폴리 옆에 타우라시라는 지역에서 알리아니코 Aglianico 품종으로 만든 최고급 와인을 지역명과 같은 타우라시 Taurasi라고 한다. 남부의 바롤로라고 불릴 정도로 복합미와 고급스러움이 가득한 와인이다. 살짝 마피아 영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있고 중세 기사의 느낌도 받았다. 나에겐 남성적인 이미지의 와인이었다.


이탈리아는 20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아는 주요 와인 지방 말고도 다른 주가 많다. 나머지 지역들도 거의 모두 고유 품종과 특산 와인이 있다. 이탈리아 남부는 시칠리아와 풀리아의 와인은 많이 접해 보았는데, 캄파니아 와인은 처음이었다. 나폴리 사람들은 어떤 와인을 마시는지 궁금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주 좋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와인이 왜 나폴리 피자만큼 유명해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생산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인 듯하다. 로마시대 황제도 이 지역 와인을 마셨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이들은 최고의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가끔 와인 매장에서 타우라시를 본 적이 있는데, 나에겐 듣보잡이고 가격은 꽤 비싸서 선뜻 사기 어려웠다. 남부 와인을 5만원 이상 주고 사기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향과 맛을 보니, 피에몬테 와인과 같은 성능에 타우라시 가격은 훨씬 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타우라시처럼 숨어있는 보석을 만날 때마다 항상 겸손해진다. 누군가가 그랬다. 많이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진다고.

면허를 갓 딴 사람은 이제 차에 대해 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차에 대해 잘 아는 자동차 연구소장은 연구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모르는 영역이 더 많다고 느낀다고 한다. 전문가가 될수록 자신이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기 때문인 듯하다. 면허를 갓 딴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니까 말이다.

키안티와 네비올로 몇 병 마시고, 이탈리아 와인은 산도가 강하다느니 풀바디가 없다느니 떠들어대는 자들을 보면 웃음이 난다. 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탈리아 와인들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내가 대략 20여 종의 와인들을 소개하였으나 아직도 내가 접해보지 못한 와인 종류가 수두룩 남아있다.


타우라시로 깨닫는다. 나의 지식은 아직도 짧아, 공부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부는 정신의 성장이고, 이 성장이 멈추면 끝이 나고, 죽음에 이른다는 것을. 진정한 죽음은 육체적 멈춤이 아니고, 정신의 멈춤이라는 것을. 세상은 넓고 모르는 게 아직 너무도 많다. 고민하고 또 공부하며 평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가르침을 준 타우라시에게 감사하며 그를 또 만나 마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Feudi di San Gregorio

Taurasi

알리아니코

검붉은색

검붉은과일향, 오크향, 담배향

진하기 3.5

탄닌 3.5

당도 1.0

산도 2.5

5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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