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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카타

알리아니코 델 불투레

by 진원재 Willie Chin




바실리카타 주는 장화같이 생긴 이탈리아 반도의 발목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아펜니노 루카노 산맥이 뻗어 있고 북부는 화산지대가 넓으며, 동부는 좁은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다. 불모지로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 중 하나다.


산골의 가난한 동네. 이 동네 사람들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고달픈 생활을 해 온 사람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산지역에서 나는 포도 알리아니코로 멋진 와인을 만들어 마셔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즐거운 일은 항상 있는 법.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소중하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할 권리가 주어진다. 이 멋진 와인으로 그들은 행복권을 누리고 그 자부심으로 역경을 해쳐나갔다.

화산의 알리아니코, 알리아니코 델 불투레 Aglianico del Vulture


다양한 향과 맛, 멋지게 진한 자줏빛 컬러, 달큰한 과일의 1차 향도 좋지만 중후한 가죽이나 숲 속 냄새 같은 2차 향기가 더 풍부하다. 같은 품종으로 만든 타우라시 와인과 마찬가지로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가난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중후하다.


행복에 수준이 있을까? 5성급 호텔 바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과 숲 속 허름한 산장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즐거움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물론 고상한 허세 측면에서는 차이가 클 것이다. 하지만 둘은 환경이 다를 뿐 느끼는 행복의 양은 같다. 재즈가 흐르는 어두운 테이블에서 잘토(아주 비싼)잔에 마시는 부르고뉴 와인도 좋겠지만, 귀뚜라미 소리와 안개 낀 산장 문턱에 앉아 흠집 많은 물컵에 마시는 알리아니코 델 불투레도 분명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바실리카타 사람들이 이렇게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마시는 것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 누릴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주어진 환경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Basilisco

Aglianico del Vulture

알리아니코

짙은 자주색

검붉은과일향, 오크향, 가죽향

진하기 4.0

탄닌 3.5

당도 1.0

산도 2.5

3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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