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와인 골라주기
에노테카 Enoteca는 적당한 가격으로 와인을 맛보고 살 수 있는 와인가게다. 조금씩 변형이 되어 식당 명칭으로 쓰이기도 하고 여러 나라의 와인을 판매하는 대형 와인 매장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에노테카는 마을이나 지역에 조그만 가게로 지역 와인을 소량 구비해놓고 판매하고, 대량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은 해당 와이너리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역의 와이너리와 관광단체들과 제휴하여 운영된다고 한다. 지역 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홍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지역 와인 안내소'이다.
내 주변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꽤 있는데 이탈리아 와인을 좋아하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떤 이는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시고 묽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아니면 너무 다양해 접근하기조차 꺼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거나 추천하고 싶어졌다. 같이 마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소개를 하곤 한다. 이탈리아 와인이 다양한 만큼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맞출 수 있다.
과일의 느낌은 당연하고, 나머지 좋아하는 느낌에 따라 맞는 와인을 고를 수 있다. 산미, 타닌, 당도 이런 구분으로 선호 와인을 고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느낌을 믿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느낌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그 느낌에 맞는 와인을 아래와 같이 추천한다.
[찐찐, 열정]
네로 다볼라, 아마로네, 프리미티보
[중후, 웅장]
바롤로, 타우라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우아, 고귀]
바르바레스코, 에트나 로쏘
[자연, 상쾌]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네그로아마로
[친근, 편안]
키안티, 바르베라, 돌체토
[상큼, 발랄]
소아베, 피노 그리지오, 프로세코
[달달, 매끈]
모스카토
이탈리아 와인을 처음 마시기 시작했을 때, 와인은 가슴으로 마시는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느낌대로 와인을 마시다가 예상과는 달리 실패를 많이 경험하고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와 소식들도 접해가면서 와인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와 가슴을 넘나들며 이탈리아 와인과 정이 들게 되었다.
와인은 이성과 감성 모두를 포괄한다. 와인은 자연과 기술에 의한 포도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 과학이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고 그것을 느낄 줄 아는 감성도 중요하다. 와인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은 이성과 감성의 합작이다. 우리 자신 조차 이성과 감성 모두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도 있으나 분명히 둘 다 가지고 있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간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넓고 다양하게 즐기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와인이 좋다.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함에서 세상의 복잡성을 배웠고, 와인의 이성 감성을 통해 세상의 양성적 특성을 배웠다. 처음 이탈리아 와인에게서 느꼈던 막막한 마음은 이제 고마운 마음으로 변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지인들에게 이탈리아 와인을 추천하는 에노테카 서울지부장이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