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ORY
여러분들은 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생각하셨을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해본다 :)
이 글에서는 웹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지만 인터넷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구분 짓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웹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웹은 어떻게 발전하였는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21세기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20세기를 뜨겁게 달군 대표적인 발명이다. 그렇지만 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을 형성하고 혁명적인 기술발전을 이룩한 근본은 웹(Web)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 W3)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정보 공간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단하게 웹(Web)이라 부른다.
이 용어는 인터넷과 동의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나 엄격히 말해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인터넷은 바다와 같은 거대한 통신망이다.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심이 되는 호스트 컴퓨터(서버 컴퓨터)도 없고 이를 총괄하는 조직도 없다. 다만, 인터넷상의 어떤 컴퓨터 또는 통신망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인터넷 전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와 접속이 세계 각지에서 분산적으로 행해진다.
즉, 인터넷은 이메일, 메시지, 네트워크 게임, 파일 전송과 같은 웹(Web)을 전 세계로 운반해주는 기반 설비인 것이다.
그렇다면 웹은 도대체 무엇인가? 웹을 정의 내리자면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인터넷의 한 요소로 하이퍼텍스트 문서의 상호 연결된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누가 웹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웹에 대해 이해하게 된 계기는 웹 개발과 디자인, 기획을 할 때도 아닌 웹의 역사에 대해 공부할 때였다. 그래서 지금부터 웹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건들 중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나오기 바로 전의 정보혁명은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발명일 것이다. 인쇄기로 인해 글을 보고 읽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식을 쌓고 또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인쇄기의 세상은 정말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더 이상의 정보혁명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식의 급속한 진보와 혼란 속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순차적인 정보 분류의 방식이다. 인쇄물에는 정말 많은 정보가 들어있지만 그 정보들은 순차적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마치 대화가 통하지 않는 회전초밥집에 가서 앉아있는 것과 같다. 내가 먹고 싶은 건 새우초밥인데, 새우초밥이 나올 때까지 다른 모든 초밥들을 지나쳐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수동적이며 비효율적이다. 순차적인 정보 분류의 방식만으로는 넘쳐나기 시작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걸 얻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인지의 도약은 2차 세계 대전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맨해튼 계획을 관리하고 추진한 주역 중 한 사람인 버니바 부시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1945년 'The Atlantic Monthly' 지에 "우리가 생각한 대로"(As We May Think)라는 글에서 한 이론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하이퍼텍스트 이론의 시초라 불리는 메멕스(Memex)이다.
메멕스는 기억 확장기 개념으로 그 의미는 '연상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의 마음'인데 하나의 생각을 품으면 그 생각에서 가지를 펼쳐 다음 생각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가져온 것이다. 인쇄기가 발명된 지 400년이나 지난 이후에야 이런 비-순차적인 정보 분류의 방식이 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 1960년대의 컴퓨터 개척자이자 철학자인 테드 넬슨에 의해 'hyper(건너 편의, 초월, 과도한)'와 'text'를 합성한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으로 웹의 새 지평을 열게 되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존의 문서가 순차적인 구조라면, 하이퍼텍스트는 링크에 따라 그 차례가 바뀌는 임의적이면서 나열형인 비-순차적인 구조를 가진다. 즉, 출판된 책처럼 작가의 의도대로 사용자가 따라가는 것이 아닌,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문서들을 어떠한 행위(ex.클릭)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91년 팀 버너스 리는 이 하이퍼텍스트를 이용해 만든 마크업 언어(Markup Language)를 만들게 되고 이는 하이퍼텍스트 마크업 언어(HTML)가 된다. 웹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HTML은 페이지 내의 수많은 '링크(태그)'들로 구성되어 있고, 단순한 기본 명령으로 웹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웹이 확산되면서 변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너스 리는 1996년 월드 와이드 웹 컨소시엄(W3C)을 창설했고, 전 세계의 HTML의 기준이 웹 표준언어로서 지켜지고 있다.
현시대 우리에게 마우스란 정말 친숙하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마우스는 마치 나의 손 그 자체이며, 마치 컴퓨터의 한 요소처럼 컴퓨터와 마우스가 함께 있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만약 이 작고 위대한 발명이 없었더라면, 웹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레이더 기사로 근무하던 더글러스 엥겔바트는 버니바 부시의 "As We May Think"에서 영감을 얻어 컴퓨터 이용의 복잡함을 어떻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스탠퍼드 연구소 증강연구센터의 책임자가 되어 SRI 인터내셔널 연구자 팀을 이끄는데 여기서 그의 동료 빌 잉글리시의 도움을 받아 1968년 마우스를 발명한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시기 이반 서덜랜드는 스케치패드라는 GUI를 활용한 최초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엥겔바트가 여기에 영감을 얻어 창, 메뉴, 아이콘, 폴더를 통합한 최초의 가상 데스크톱 GUI를 구현했다.
오늘날의 우리는 GUI 디자인이라는 친숙한 언어로 다가오지만, 그 시대의 컴퓨터 과학자들에겐 매우 기상천외한 시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를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하게, 기계적으로 똑똑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엥겔바트는 어떻게 하면 컴퓨터를 더 쉽게,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이다.
엥겔바트의 이러한 행보는 SRI 인터내셔널 연구자들이 하이퍼링크를 기반으로 마우스를 사용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했다. 또한 엥겔바트 팀의 연구원들이 제록스 알토(Xerox Alto) 개발에 들어갔는데, 이를 토대로 애플의 최초의 가정용 컴퓨터 리사(Lisa)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1.0이 탄생했다.
지금의 빅데이터(Bigdata)가 있기 전 메타데이터(Metadata)가 있다. 메타데이터란 구조화된 데이터로, 다른 데이터를 설명해 주는 부가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대량의 정보 가운데에서 찾고 있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서 이용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콘텐츠에 대하여 부여되는 데이터이다. 쉽게 말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도록 도와주는 데이터라고 보면 된다. 웹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문서화한다면 몇십, 몇 백억 페이지가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는 단 하나인데, 그것을 찾기 위해 모든 정보를 뒤질 수는 없지 않은가?
메타데이터의 초기 사례는 도서관이 사용한 십진분류법이다. 제목, 저자, 주제 등을 코드로 표시하여 찾기 쉽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디지털 사진 정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진을 찍을 때마다 카메라 정보와 촬영 시간, 노출, 플래시, 해상도, 크기 등의 사진 정보를 저장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용하면 그 뒤에 사진을 적절하게 정리하거나 다시 가공할 때에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보가 된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GPS 기능을 사용하여 위치 정보까지 사진의 메타데이터에 입력할 수도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사진이 어디에서 촬영되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고, 이로써 다시 다른 지역 정보를 검색하거나 같은 지역에서 찍은 다른 사진을 검색하게 하는 검색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해시태그, 검색어 필터,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 등이 다 메타데이터이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업계에선 이 메타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서비스 향상에 매우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메타데이터는 웹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분류하고 체계를 만들어, 현재의 웹을 시맨틱 웹(Semantic web)에 한층 더 접근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 우리들에게 웹이란 '삶'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화면에서 벗어나 IoT로 물질로서 현실의 우리에게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성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나아가 의사소통 방법이 바뀌고 정치방식까지 웹에 맞춰 변하고 있다.
많은 변화에는 그 변화를 위한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며, 하나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선 더욱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지난 20년간 웹에 생성된 정보가 인류의 역사 동안 생성된 정보보다 그 양이 많다고 하는 지금, 우리는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웹을 통한 정보혁명을 거쳐 IABC(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변환기를 맞이한 현재, 과거의 웹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안다는 것은 미래의 웹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예측하고 상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두서없고 복잡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글을 끝까지 읽은 당신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