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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노튼 Jan 03. 2019

너의 우주

2018년을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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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지날 때마다 생각해 보는 것이 있다. 나는 얼마나 성장하였는가. 물론 키는 아니고. 생각의 깊이와 지식이 무서울 정도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30살의 나, 40살의 나는 얼마나 더 멋있는 사람이 돼 있을지를 상상하며 행복에 젖곤 한다. 정신의 성장이 어디까지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지, 그 끝에 도달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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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2018년엔 많은 축복들이 있었다. 문학의 재미를 깨달았다. 우연히 읽은 무리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은 문학이 어떤 논리적인 글 보다도 깊은 진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한국 작가의 글엔 깊이가 없다며 은근 깔보던 내게 유시민 작가는 세련된 국어문장을 읽는 재미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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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평전>은 내게 새로운 눈을 하나 주었다. 중동의 역사는 서방 국가들의 현대사를 꺼내볼 수 있는 열쇠였다.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국제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었고, 정치적으로 디테일해졌다. 혼란이 하루빨리 수습되어 평화로운 바그다드에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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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해마지않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보고는 2주 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분명 나에게 사회의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제 할 일을 찾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은 검은 손들이 내 목을 졸랐다. 나는 여태껏 신기루를 쫓아다닌 것이였나, 나는 누굴까. 극 중 종수의 대사처럼 인생이 수수께끼 같았다. 뒤져버릴 만큼 외로웠던 밑바닥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진짜 내 모습과 조우했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도 생겼다. 더욱 더 단단해졌고, 짙은 색깔을 품은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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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던져진 하나의 소우주들이다. 무한히 넓은 공간 속 나와 당신의 우주는 앞으로도 영원히 맞닿을 수 없다. 지독히도 담담한 이 사실이 가끔 내 속을 어지럽히곤 한다. 하지만 내 우주의 작은 티끌 하나라도 온전히 이해해주는,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나의 고독은 당신의 존재로부터 시작됐고, 당신에 의해서만 치유된다. 나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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