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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노튼 Apr 03. 2020

비 오는 날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소년은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 누나를 마중 나갔다.

누나가 비 오는 밤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남매는 그만큼 각별한 사이었다.

그녀는 술 취한 아버지로부터 그를 보호해줄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동생은 누나를 유독 잘 따랐다.


부모님은 소년의 열다섯 번째 생일날에 이혼을 알렸다.

“네 누나는 엄마랑 같이 살기로 했다. 너는 누구랑 살고 싶니?”


이 야만적이고도 건조한 질문 앞에서 소년의 혀는 얼음이 된 듯 딱딱히 굳었다.


곧 다가올 자신의 불우한 미래보다 혼자 남을 아빠가 더 걱정되었던 소년은 결국 아빠와 살기로 했다.

무서운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소년은 문득 누나가 걱정되었다.

.

.

.

남매는 5년이 흐른 후에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누나는 그의 대학 입학을 축하해주었다.

그는 경직된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린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요즘도 비 오는 밤 무서워해?”

“아니? 내가 그랬었나?”

그는 과거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낸 그녀를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죽음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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