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가 자욱한 해변
모래 위를 터벅터벅 걷는다
가로등이 쬐는 불빛은 조명이 되었고, 자욱한 수증기는 나를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처럼 만들어주었다
강렬한 조명 덕에 관객이 보이진 없었지만 모든 시선이 나로 집중되는 분위기였다
춤이라도 춰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나는 관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허리를 곧게 세우고 머리를 정리하고 팔자걸음을 일자로 바꿨다
밖으로 걸어 나와 모래 위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마치 환영처럼 일렁거렸다
그 누구도 아닌, 존재의 잔상으로 남아 거대한 바다의 풍경 속 일부분으로 보였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지만
타인의 시선 속 나는 결국 해무 속 잔상일 뿐이라는 것
이것이 스스로 삶의 이유를 창조해내야만 하는 이유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히어로 영화로 치면 주인공이 결국 적들을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는다는 결말처럼 진부하기 그지없는 시나리오다
너무 시시하지 않은가
죽음과 맞서자
죽음과 싸워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자
죽음을 뛰어넘어 삶의 의미를 창조해 낼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
난 반동분자이고 예술가이고 특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