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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주현 Aug 09. 2021

펜데믹과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

코로나 19 펜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가?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라.


코로나 19 펜데믹 상황이라도, 정부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제한'은 '금지'로 이해한다. 정부는 집회 및 시위를 허용하지 않는 직접적인 결정은 물론, 집회 및 시위가 예고된 현장을 사전 봉쇄하는 등 간접적인 조치도 취해선 안된다. 집회 및 시위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인민이 국가의 주권을 갖는 체제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인민이 소수의 대리자에게 주권을 위임하여 국정을 맡긴다. 따라서 인민은 대리자의 결정을 평가,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인민의 다양한 의견,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대리자의 사익에 의해 국가가 좌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집회 및 시위는 인민의 평가, 감시 기능을 수행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은 "공공안전보장, 복리증진, 질서유지"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동시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라고 부연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제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집회 및 시위의 자유임을 상기하면, '공공안전보장'을 근거로 하는 정부의 집회 및 시위 제한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국가비상사태'라는 명목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의 말로는 '권력 사적 남용', '지역 혐오 조장', '유혈 진압' 등으로 얼룩져 있다. 우리는 그 기억을 '독재'로 이름 붙였다.

 

따라서, 정부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인민의 주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며, 반민주적인 조치이다. 허용될 수 없다.

 

물론, 국가의 역할은 체제 유지만 가지지 않는다. 인민의 생명과 안전보장도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다음 지침을 따라야 한다.


첫째, 독립적인 장소 보장이다. 시위자들과 시민, 경찰 등 서로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집회 장소에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천막을 설치 해 시위를 위한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둘째, 경찰인력 최소화와 방역, 의료진 배치다. 경찰력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고, 방역관과 의료진의 지휘 아래 시위 현장을 관리한다.

셋째, 동선 확보다. 시위 이후, 시위자와 시민의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해 시민들과 분리시킨 동선을 확보하고 한 번에 많은 인원이 귀갓길에 몰리지 않도록 관리한다.


해당 지침은 논란이 일 수 있다. 행정력과 비용(세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원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체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달성하는 민주주의는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가 나서서 인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민주주의를 따르는 국가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선은 집회 및 시위가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위와 관련된 정부 책임자를 즉시 나서게 하여 재빨리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펜데믹은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할 핑계로 이용될 것이 아니라,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여야 한다.




어제 치른 언론사 필기 논술이다. 공백 포함 1500자가량 써야 했다. 추가하고 보완할 내용이 많았음에도 분량 문제로 더 좋은 글을 쓰지 못해 안타깝다.


아쉬운 점이 있다.

1) 민주주의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근거를 가져오지 못했다. 인민이 주권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가 빠져있다.

2) 역사적인 근거를 드는 문단이 추상적이다. 역사적 지식이 명확하지 못한 한계였다.

3) 언론의 역할을 빠뜨렸다. 위 논지는 국가의 의무를 강조한다. 하지만, 국가가 자발적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길 바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언론이 나서서 국가의 의무를 환기하고 시위 및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글을 쓸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성질을 강조함으로써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압박하는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다. 해당 시험이 언론사 필기시험임을 상기할 때, 훨씬 매력적인 글이 될 수 있었다. 분량 문제로 언론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을뿐더러, 시험이 끝나고 생각난 주장이라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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