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병원을 다녀왔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마음을 편안히 먹으란다.
생각해보면 난 늘 조마조마하고 노심초사했다.
걱정이 많아 걱정은 걱정대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았다.
우리 몸은 미세한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크게 와 닿게 되나 보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쿵쿵거렸다.
병이 생긴 줄 알고, 심장 검사를 받으러 갔다.
별별 검사를 다 했는데 나는 건강했다.
심장에 기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주 건강한 상태의 신체를 갖고 있었던 거다.
그냥, 스트레스였다. 몸이 긴장상태로 있어서 그런 거란다.
나는 어디가 안 좋은 줄 알았다.
쓸데없는 걱정을 만들게 한 건강염려증이 참 무섭다고 생각했다.
검사를 한 후 선생님을 마주한 자리에서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우리 딸 같아서 말하는 거예요. 딸도 아니다! 손녀다!"
"일을 한지 얼마나 됐죠? 얼마 안 됐죠? 근데 왜 이렇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20년 차 선배가 보기엔 얼마나 미숙할 것 같아요"
"3년 차, 5년 차 까지는 아주아주 어린 수준이에요."
"의대생을 많이 가르쳐 봤는데 3년 차는 신생아, 5년 차는 초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요.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그렇게 살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거죠."
"마음을 편안히 먹어요. 7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받아서 어떻게 살려고."
"나중에 성공하거든 약자를 도와줘요. 강자한테는 사람이 많으니."
나는 왜 이리 마지막 말이 뇌리에 꽂히는지.
심장 의원이었는데, 이리도 좋은 말을 듣게 될 줄이야.
그냥 살아가면서 누구나 약자가 될 수도, 강자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연애도 약자와 강자가 있는 것 같고
친구 사이에도 약자와 강자가 있는 것 같고
직장 생활에서도 약자와 강자가 있는 것 같고
등등 등등
내가 약자가 되면 참 실망도 많이 하고 열등감도 생기고 분노도 일었던 것 같다.
그렇지 맞아
강할 때 약자를 챙겨야지
그냥 말을 곱씹게 되는 하루였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