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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1. 2020

05. 우리 아이들의 미래 가치 기준

좋은 고기의 기준이 무게에서 이것으로 바뀌었다

[쌓는 아이] 집중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 가치 기준


반려 봇과 인조고기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은 무엇일까? 

개? 고양이? 필자는 돼지, 소, 닭이 가장 친숙한 동물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보다 키우지 않는 사람이 더 많고, 키우든 안 키우든 대다수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자주 섭취한다. 개와 고양이는 마음으로 교감하는 사이라면, 돼지, 소, 닭은 고기의 맛으로 교감하는 사이라고나 할까. 개와 고양이의 신체구조는 모르더라도 돼지, 소, 닭의 신체구조는 어느 부위가 한 마리에 몇 그램 정도 나오는지까지 속속들이 안다.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

개와 고양이의 경우, 

성격이 온순하거나 사이즈가 작거나 귀엽거나 예쁘거나 혈통의 유무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반면, 돼지, 소, 닭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어리거나. 앞서 언급한 ‘친숙하다’의 기준은 마음과 맛 중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개인차가 존재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으로 교감하는 개와 고양이가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 봇(로봇)으로 바뀐다면, 기준은 어떻게 달라질까? 또한, 돼지, 소, 닭의 경우 돼지 없는 돼지고기, 소 없는 소고기, 닭 없는 닭고기처럼 농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탄생하고, 공장에서 자란 인조고기라면, 이 또한 기준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반려 봇과 인조고기의 특징을 잠시 살펴보자.


반려동물은 

제때 먹여야 하고, 제때 씻겨줘야 하고, 제때 예방접종도 해야 하고, 오랜 시간 집을 비워야 할 때는 별도의 조치도 취해야 한다. 반려 봇은 제때 충전만 시켜주면 되고, 제때 데이터만 전송되면 되고, 이마저도 처음 한 번만 손이 갈 뿐 이후부터는 스스로 한다. 먹지 않으니 배설도 하지 않고, 주인의 식사를 탐하지도 않는다. 주인이 오면 반겨주는 것은 같다. 단, 반려견은 격한 소리와 몸짓으로 반겨주고, 반려 봇은 주인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며 반겨준다.

놀라운 점은 

반려견은 주인의 국적, 인종에 상관없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만, 반려 봇은 국적에 따라 다른 언어를 구사하며 주인을 반긴다는 사실이다. 물론, 둘 다 체온을 느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반려 봇의 경우, 강한 체온이 느껴진다면 빨리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한다. 냉각팬 고장으로 열이 발생해 고장 날 가능성이 높다.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반려동물과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인조고기의 경우, 

식물에서 단백질을 분리해 비타민, 아미노산, 지방, 기타 영양소와 결합해 만들었다. 여기에 고기 맛의 핵심인 ‘피 맛’을 살리기 위해 식물로부터 피 맛난 성분까지 추출했다. 수의사 대신 과학자에 의해 만들어졌고, 농장 대신 실험실에서 탄생했으며 사료, 물도 먹이지 않았고,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4.5%가 육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 비행기, 배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많은 수치다. 또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물 2만 리터와 8kg의 사료, 가로 5미터 세로 1미터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술의 의해 진짜 고기처럼 만들어진 인조고기는 맛과 친환경까지 교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최근 한국에서도 정식 수입되어 간편한 온라인 주문으로 맛볼 수 있다.

인조고기, 비욘드 미트(출처:beyondmeat)
가치의 기준

반려 봇을 키운다고 해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둘 다 키운다면 나름의 새로운 재미도 분명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려 봇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제품 사양, 제조사, 서비스, 가격, 성능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핵심은 데이터와 학습능력이다. 보통 반려동물은 주인에 의해 길들여진다. 반면, 반려 봇은 주인을 위해 길들여져야 한다. 농구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오늘 열린 NBA 경기 소식을 전하며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겠냐고 물어본 뒤 골든스테이트와 휴스턴의 하이라이트 경기 영상 링크를 보내온다면 선택 기준 1순위가 될 것이다. 반대로 다수가 좋아하는 야구나 축구의 경기 소식을 전해온다면 고사양의 스펙이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조고기로 넘어가 보자. 

누구나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고기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진짜 고기에서 가짜 고기의 시대로 곧바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말이 있다.


‘200근의 무게보다 200km 이동거리’


그렇다. 

좋은 고기에 대한 기준이 무게에서 이동거리 혹은 걸은 거리, 얼마나 많이 활동하면서 자랐는지 대한 기준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좋은 사례가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JD닷컴은 만보기가 장착된 닭을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각자 키우게 한 뒤 100만 보 이상 만보기가 확인된 닭만 시세의 3배를 주고 매입했다. 100만 보 이상 확인된 닭은 관련 정보와 함께 JD닷컴 사이트에 일반 닭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치로 확인된 좋은 닭에 대한 수요가 이후 여러 차례 판매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놀라운 점은 마을 주민들의 수입이 늘었고, 동시에 건강상태도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건강상태가 왜 좋아졌는지에 대한 원인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순번을 정해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마구 뛰어다니며 닭의 만보기 수치를 빨리 늘리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야 빨리 팔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정리해보면, 좋은 고기에 대한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고, 인조고기 역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분명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를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좋은 고기의 부족한 공급을 인조고기가 대신하고, 인조고기의 부족한 공급을 좋은 고기가 대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성장하면서 점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기업 JD닷컴 프로젝트 'JD RUNNING CHICK'(출처:JD.COM)

이쯤에서 

이게 내 아이의 미래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설명은 간단하다. 미래 인재상에 대한 기준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반려 봇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귀엽고, 신기한 코스프레로 대중에게 처음 다가왔고, 인조고기 역시 낯선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과 친환경, 세계적인 부자들의 투자 관심사라는 코스프레로 대중에게 다가왔을 뿐 4차 산업혁명의 메인 프레임은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관련 자격증 10개, 관련 업계 종사 20년 스펙보다 인조고기 5년간 꾸준한 섭취 이력이 재취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의 무게만큼이나 많은 경험, 스펙, 네트워크를 가졌다면, 이제라도 우리 아이의 미래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한 번쯤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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