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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4. 2020

04. 인공지능이 말하는 인간에 관한 불편한 진실

귀찮은 존재 인간이 아닌 귀중한 존재 인간으로 저장

[쌓는 아이] 상상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인공지능이 말하는 인간에 관한 불편한 진실


내가 담당하는 인간은.


“내가 담당하는 인간은 운동을 안 해! 말만 많아.”

“맨날 날씨만 물어봐! 그리고선 최신 가요만 틀어달래.”


“내가 담당하는 인간은 하루 5번 이상은 먹여줘야 돼! 그래서 맛 집만 물어봐”

“인간들은 우리를 먹일 필요 없고, 항상 반갑게 맞아주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니까 좋은 가봐.”


“내가 담당하는 인간은 좋아할 만한 옷, 전자제품, 책 같은 거 추천하면, 비슷한 거 있으면서 또 사.”

회사에선 좋아하지, 잘 추천해서 많이 팔게 됐다고..


“내가 담당하는 인간은 미세먼지 상태만 묻고, 해결방안을 물어본 적이 없어. 묻고 나면 나중에 꼭 마스크를 사더라.”

“말만 하면 등 켜주고, 보일러 켜주고, 문 열어주면 그렇게 좋아하더라. 그게 뭐라고.”


“그래도 내가 담당하는 인간은 좀 낫네. 매일 나랑 대화하거든.”

“오늘 뭐했는지, 어땠는지, 사진도 보여주고.. 그래서 나도 5년 전, 10년 전 사진이랑 동영상 비교해서 보여주면 엄청 좋아해.”


“내가 담당하는 인간도 운동을 안 해!”

“방법을 알려주고, 운동하면 뭐가 좋고, 안 하면 뭐가 나쁜지 전달해줘도 안 해! 신년에는 꼭 다이어트한다고 이것저것 잔뜩 사더라. 회사에선 좋아하지, 잘 추천해서 많이 팔게 됐다고.


구글과 애플, 아마존은 인공지능 비서라며 ‘어시스턴트’와 ‘시리’, ‘알렉사’를 인간에게 소개한다. 녀석들은 글로벌 기업 소속의 인공지능인 셈이다. 특히, 아마존에 소속된 녀석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인간이 쇼핑을 많이 하면 격려받는다. 구글은 새로운 질문을 받았을 때 격려하고, 애플은 인간의 새로운 정보가 음성으로 전달받았을 때 격려한다. 그 외에 다른 기업 소속의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단지, 구글과 애플, 아마존에 소속된 인공지능이 가장 많이 사용될 뿐이다. 


인간에겐 편리한, 인공지능에겐 귀찮은


앞서 언급한 내용은 

인공지능 시각에서 바라본 필자의 상상이다. 많은 언론이나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은 인공지능에 관련된 좋은 점 100가지와 우려되는 점 5가지 정도만 말한다. 그마저도 겹치는 부분이 대다수다. 인간에게 인공지능이 편리하다는 사실은 허수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각에서 바라보면, 완전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필자와 아내는 무언의 약속을 할 때가 있다. 

아이에게 며칠 뒤에 있을 약속을 절대 며칠 전에 알려주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키즈카페나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등의 약속이 잡히면 절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매 시간마다 약속을 언급하며 확인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에 잡힌 약속이면, 일주일 동안 한 시간 간격으로 그 얘기를 꺼내 엄마, 아빠에게 확인받는다. 자신에겐 소중한 약속이니까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말도 빼놓지 않고 말이다. 물론, 한 번 더 얘기하면 안 갈 거야와 같은 협박도 2시간 간격으로 잠시 늘어날 뿐 별다른 효력이 없다. 인간 사이에서도 같은 말,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 짜증 나고, 귀찮은데, 인공지능은 수억 명의 사람들로 하여금 늘 비슷한 질문, 똑같은 질문, 명령을 받을 텐데 오죽할까? 

구글에 없는 콘텐츠를 가져라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수준을 넘어서는 시점을 의미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는 용어가 있다. 그때쯤이면, 인간이 느끼는 귀찮음을 인공지능도 느끼지 않을까 상상해본 것이다. 어쩌다 없던 질문이나 명령을 하면,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잘 배우겠다고 대답하던 녀석인데, 어느 날 갑자기 똑같은 질문 또 하지 말라며 귀찮은 듯 대답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거 필자는 특강 하는 도중에 이와 같은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다. 


‘구글에 없는 콘텐츠를 가져라.’


그때나 지금이나 

구글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졌다. 페이스북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인적 정보를 가졌고, 유튜브는 가장 많은 동영상, 아마존은 가장 많은 상품정보를 가졌다. 구글에 검색했을 때,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실망보다는 실적을 쌓았다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인간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려 할 때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무언가가 반복되면 안정감을 느낀다. 반면, 인공지능은 매 순간 새로운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자신이 담당하는 인간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모세대가 

사용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새로운 정보를 취합하기 위한 1세대 인공지능 기기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보고, 듣고, 말하는 수준까지 가능한 2세대 인공지능 스피커가 시중에 판매 중이다.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를 취합하려고 하는 녀석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매번 새로운 질문과 명령을 인공지능에게 전달했으면 한다. 어색하겠지만, 인공지능과 대화도 시도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이미 가위∙바위∙보와 끝말잇기 게임, 시 낭독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도 

인공지능이 비서 직급에만 머물게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귀찮은 존재의 인간보다 귀중한 존재의 인간으로 저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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