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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4. 2020

01. 새로운 질문 잘하는 아이

새로운 기술에서 새로운 지식과 질문이 탄생한다.

[쌓는 아이] 연결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새로운 질문 잘하는 아이


역사, 그냥 무조건 외우면 돼


“외우면 돼! 역사는 그냥 무조건 외워!”


그냥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왜 그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필자가 학창 시절에는 그랬다. 선생님도 무조건 외우라고만 하셨고, 전교 1등 친구도 그랬다. 역사가 변할 리는 없다. 그냥 똑같은 내용을 외우기만 하면 선생님이 가진 역사 지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선생님이 가진 역사 지식과 전교 1등이 가진 역사 지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전달과 학습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전교 1등은 이를 학습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체득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질문을 받는 것과 질문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이쯤에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게 무엇인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많은 질문을 받은 터라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반면, 학생들의 질문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똑같은 책에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교육법으로 공부하니 그럴 수밖에.


필자는 

고교시절 역사 선생님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다. 돌이켜보면, 시청각 실에서 역사채널 프로그램을 시청한 것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도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1시간 동안 관련 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하셨던 것이다.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도 있었고, 드라마도 있었고, 영화도 있었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 몇몇 학생들에게 역사시간은 잠을 자도 되는 시간이었다. 


문득 

역사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역사에 관련된 학생들의 질문이 줄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히려 한 친구가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면, 다른 친구가 옆에서 답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찌 된 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선생님에게 질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지식검색과 이미지, 동영상으로 필요 이상의 답변이 한 번에 검색되기도 하고, 역사 지식에 있어서 만큼은 별다른 상상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어 선생님은 

일본어 책을 들고 문장을 함께 따라 하다가도 일본 방문 경험담을 들려주시곤 하셨다. 책에 언급되지 않는 선생님의 직접 경험담에 반 친구들 모두 재미있게 경청했던 기억이 있다. 동시에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의 질문은 대충 이랬다.


“그럼 다다미 방에서는 부부관계를 어떻게 해요?”

“진짜 야쿠자들은 검으로 싸워요?”

“일본 학생들은 도시락에 뭐 싸와요?”

호기심과 상상력이 그대로 질문에 반영된다.


하지만, 

역사의 경우 모든 선생님들이 간접체험으로 역사적 사실을 경험하다 보니 일본어 선생님만큼 깊게 와 닿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만 보면, 역사 선생님이란 직업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역사 선생님도 일본어 선생님처럼 직접 체험을 할 수 없을까?


역사, 가상현실을 만나다. 


외울 수 있는 

지식과 관련된 직업 군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역사다. 만약, 역사 과목에 가상현실 기술이 접목된다면 어떨까? 시력이 좋지 않았던 세종대왕 곁에서 한글 창제에 이바지할 수도 있고, 이순신 장군의 지휘 아래 거북선을 타고, 12척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지식검색도 아닌 이미지, 동영상 검색도 아닌 직접과 간접의 경계선상에서 역사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역사 과목의 가상현실 수업시간만큼은 선생님인 동시에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구글 어스 VR

실제로 

구글에서 개발한 ‘구글 어스 VR’ 콘텐츠를 체험해보면, 초반에는 사용법에 어려움을 겪지만 익숙해지면 전 세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하게 된다. ‘구글 어스 VR’을 경험하는 대다수의 초보자들은 파리 에펠 탑이나 미국 자유의 여신상, 일본의 도쿄 타워, 중국 만리장성 등귀에 익은 여행지를 가장 먼저 찾게 된다. 그러다 점차 익숙하지 않은 나라와 자연생태, 우주공간 등으로 관심을 돌린다. 이들의 후기 대부분은 ‘이렇게 역사나 지리 공부하면 진짜 재미있겠다’와 같은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기술의 흐름에 따라 

적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회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의 존재감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직업으로서의 존폐를 결정짓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자수성가한 이에게는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큰돈을 벌었어요?”

“그때, 남들이 다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분야에 투자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뭐예요?”

“저는 지금 이런데,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해야 할 질문도 많지만, 그런 부자 직접 만나기도 어렵다.


요즘 5G라고 해서 

데이터 전송속도가 기존 LTE 대비 20배 이상 빨라져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가상현실이다. 역사는 변하지 않지만, 역사를 접하는 후손에게는 그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전해져야 한다. 

5G

그렇다. 

앞서 역사 과목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지만, 실은 모든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역사를 전달하면 가르침이 되고,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면 연구가 되고, 역사 속 인물들의 지혜를 모아 정리하다 보면 보다 현명하게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다. 이 모든 가르침과 연구, 지혜가 기술과 만나면 새로운 가르침과 연구, 지혜가 탄생한다. 새로운 지식의 탄생은 새로운 질문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나름의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그에 걸맞은 가르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5G와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은 지식과 지혜가 아닌 가르침에 있어서 빠른 전달력을 발휘할 뿐이다. 


가상현실을 아이들의 고급화된 게임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면, 풍부한 지식은 가졌지만, 현명한 지혜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역사는 계속되고 있고, 새로운 지식과 지혜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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