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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4. 2020

02. 행복은 인성과 꾸준함으로 흘러가고 있다.

1등만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증명할 것이다.

[쌓는 아이] 연결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1등만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증명할 것이다.


1등만 기억한다.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 수석과 차석의 차이는 겨우 1점 혹은 0.1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은 1등만 기억하고, 은메달보다 금메달에 더 많은 기대치를 갖는다. 남들보다 0.1점이라도 앞서는 게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라는 지론과 시간이 지나면 그 따위 수치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지론이 다수다. 작년 NBA(미 프로농구) 우승팀은 알지만, 팀 별 득점이 몇 점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기억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육상 100미터 달리기 세계 기록 보유자가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라는 사실은 알지만, 정확히 몇 초의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단지 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 정도다.(세계 기록 9초 58)  


스포츠에서는 

매번 신기록이 경신된다. 더 많은 홈런을 치고, 더 많은 골을 넣고, 더 많은 점수를 기록하며 더 젊거나 더 많은 나이에 신기록이 배출되지만, 비용은 더 감소하는 추세다. 기술과 훈련의 결과물로 신기록이 배출되었던 과거와 달리 기술과 통계의 결과물로 더 자주 신기록이 배출된다. 코치와 감독의 경험에서 집약된 노하우가 현대 기술이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만나 더 큰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래도 변치 않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 역시 사람들은 1등만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홈런 잘 치는 로봇 타자가 타석에 등장할 법도 한데, 삼진 잘 잡은 로봇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만도 한데, 기술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경기장 대신 훈련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로봇은 실수하지 않는 대신 고장이 난다. 반면, 선수는 실수도 하고, 고장도 나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기복이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한다. 


평가 점수로 반영한다면, 인간보다 로봇이 대신 경기를 뛰는 게 맞는다고 볼 수 있지만, 9회 말 2 아웃 예측불가 명승부를 펼치는 인간만의 매력은 결코 로봇이 따라올 수 없다. 분명 기록으로 접근하면 모두가 금메달∙우승∙수석을 목표로 하겠지만, 세상사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굳이 1등이 아니어도 묘한 매력이 살아가는 즐거움을 갖게 한다. 

인간보다 로봇
더 많은 가능성


가끔은 

1등 보다 꼴찌가 매력적일 때가 있고, 가끔은 경기 중에 발생하는 자잘한 사건∙사고가 경기보다 더 이슈가 되기도 하고, 경기 중계 도중 카메라에 찍힌 관객의 미모가 금메달 시상식 보다 더 뜨겁게 인터넷을 달구기도 한다. 골프장에 등장한 악어와 캥거루가 그렇고, 관객의 맥주 컵에 빠진 홈런 볼이 그렇고, 알몸으로 축구장에 난입한 개성 강한 관객(훌리건)이 그렇고, 겨울 스포츠 봅슬레이에 참가한 자메이카 팀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기술도 좋아지고, 기능도 많아진 카메라와 실시간 공유가 가능한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제어 스킬이 1등을 포함한 모든 참여자들로 하여금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더는 

1등 만을 기억하는 세상이 아닌 게 되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형체 없이 기억으로만 존재했던 많은 기록과 스토리가 동영상으로 편집되고, 기사화되고, 영화화되고, 소설이 되어 다양한 형태로 생활 가까이에 존재한다. 그만큼 보는 눈이 많아졌다. 페어플레이가 강조되고, 협동하고 배려하는 팀플레이가 더 이슈가 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에게 더 큰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점차 변해가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기술과 통계에서 비롯된 결과물에 익숙해져 갈 것이고, 로봇 타자와 로봇 투수를 상대로 개별 훈련에 돌입할 것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스포츠 세계의 승부와 불시에 등장하는 악어와 알몸 훌리건의 난입까지도 사전 계획에 반영하여 실천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대응보다 대비, 곧 예측에 기반한 생활패턴으로 변모해 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일까? 

각종 대회∙공모전 수상 실적일까? 

10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 내역일까?


필자가 제시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들의 노후를 어떻게 생각하고, 예측하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아이의 미래를 수십 년 인생 경험에 빗대어서 미리 설계하고, 가르치지 말라는 얘기다. 반대로 스마트 환경에 최적화된 아이들에게 노후를 묻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미래와 부모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 더 구체적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4살 터울 남매의 생활 패턴과 교육 방식, 인공지능 스피커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한 장면을 예견하곤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외치던 부모세대는 이제 행복은 인성과 꾸준함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직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비꼴 수 있겠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증명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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