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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4. 2020

03. 졸업하면 공유되고, 구독된다.

새내기 퇴직자와 졸업자가 닮았다.

[쌓는 아이] 연결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새내기 퇴직자


새내기 퇴직자의 점심메뉴


보통은 

퇴직 5년 전부터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러다 막상 퇴직하고 나면 할 일이 없다고도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5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막상 퇴직할 때쯤 되니까 5년 전에 생각했던 미래상과 많이 달라졌고, 이미 누군가 어디선가 유사한 아이템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막상 퇴직을 하고 나면, 뭐부터 해야 하는지 몰라 괜히 서점을 찾게 되고, 괜히 먼저 퇴직한 친구들과 과거 동료들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역 시절에는 회사 근처 맛 집에서 법인카드로 2~3만 원짜리 점심을 즐겼건만, 비가 내리거나 미세먼지가 가득할 때나 마지못해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즐겼건만, 퇴직을 하고 나니 그때 그 맛 집 메뉴에 쉽사리 발길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바뀐 것은 법인카드에서 개인카드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퇴직 2년 차와 

새내기 퇴직자의 차이가 바로 점심 메뉴 선택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먼저 연락을 하고, 먼저 밥을 먹자 권하고, 메뉴와 장소, 시간까지 정해 계산마저 하고 나면 ‘나는 문제없어’라며 퇴직 2년 차에게 위로의 말까지 건넨다면, 새내기 퇴직자라는 것이다. 


이후 두 번째 만남에서 6천 원짜리 김치찌개 2인분에 5천 원짜리 계란말이 추가로 축복을 내리고, 계산으로 마무리한다면 그는 퇴직 2년 차 이상이라는 것이다. 첫 만남에서의 사치 또는 허세 가득한 점심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지난 1년을 떠올리며 모르는 척 받아주며 얻어먹는 것이란다. 물론 여럿이 함께 하는 연차 별 퇴직자들의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2년 차 이상 퇴직자들의 옷차림과 달리 새내기 퇴직자의 옷차림은 퇴직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 역시 새내기 퇴직자에게서 두드러지는 현상 또는 과정이란다. 단지 집에 머물러있는 게 어색하고, 밖에 나와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아 그 시간에 만남이 가능한 이들과 매번 새로운 식사 자리를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그 현상 또는 과정이 1년 정도 지속되면 그제야 법인 카드가 아닌 개인 카드로 꾸준히 금융 소비를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퇴직의 연차가 높아질수록 금융 소비를 줄인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다. 금융 소비에 포함되는 인간관계와 외식, 쇼핑, 취미활동,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심지어 병원비까지 줄인다. 문제는 정작 줄여야 할 옷 핏(Fit)은 줄이지 않고 퇴직 전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다. 병원비를 줄인다는 게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면, 맞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의 주장이 스마트한 기술을 기반으로 퇴직의 삶과 연관 짓는다는 점을 고려해주길 바란다. 


공유되고, 구독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퇴직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에 입던 옷의 핏을 줄이든지 버리고, 슬림 핏 옷 스타일 위주로 새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퇴직 이후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해야 한다면, 그 상대가 퇴직자보다는 퇴직이라는 단어를 SNS 언론, 미디어 계정에서 스크롤하다 우연히 접하게 되는 상대와 함께 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폴더형 피쳐폰 세대가 폴더블 스마트폰 세대와 함께 일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역 시절에 즐겨 입던 

명품 정장에 명품 구두, 명품 시계를 소유한 퇴직자라 하더라도 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지금의 금융 영업맨들은 30만 원대 슬림 핏 정장에 스니커즈, 30만 원대 스마트 워치로 개성을 표현하며 다시 30만 원대 아이패드로 제안서를 대신한다. 개인별 맞춤식 은퇴설계를 사전고지하듯 딱 맞는 정장 핏을 자랑한다.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영업방식의 학습을 요구받게 된다. 그 시작이 옷차림이라고 필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가 사전에 조사한 

은퇴, 퇴직 관련 서적 및 기사에는 옷차림에 대한 언급을 찾기 어려웠다. 개성과 트렌드 따윈 고이 접어두고 모든 비즈니스 미팅에는 지난 10년간 지속되어 온 그때 그 정장 스타일이 꾸준히 등장해왔다. 요즘 세대들의 옷차림에 대한 트렌드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패션피플들의 멋스러움을 그대로 본떠 2주일 내로 디자인-생산-물류-판매까지 빠른 시간 안에 출시되는 품목들이다. 매년 계절마다 찾아 입는 옷이 아닌 1회성으로 소비하는 의류인 셈이다. 이는 다시 고객 맞춤식 알고리즘 기술과 만나 공유경제, 구독 경제로 이어져 새로운 패션 트렌드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단순히 꼰대풍 옷 버리고, 슬림 핏 옷으로 갈아입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퇴직 이후의 새로운 시작 또는 기회가 공유경제와 구독 경제에 걸쳐있다는 얘기다. 술자리 트렌드마저도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매일 한 잔씩 고급 와인 또는 술을 즐길 수 있고, 매달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차로 언제든 바꿔 탈 수도 있다. 


고쟁이 바지에 무릎 장화, 큰 밀짚모자를 착용하면 드넓게 펼쳐진 논을 거침없이 거닐 수 있고, 100만 원이 넘는 캐나다 구스 패딩에 등산화까지 착용하면 거친 겨울산의 등산도 거뜬하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때 그 정장으로 최신 스마트 기술과 공유경제, 구독 경제가 가득한 세상으로 입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명품 구두라는 이유로 겨울산을 오를 수는 없지 않은가. 


나름 괜찮은 비유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퇴직 이후의 시작이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멋쟁이 할아버지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수 천, 수 만개의 ‘좋아요’를 획득한 멋쟁이 할아버지 들의 공통점은 그때 그 정장을 입지 않았고, 어두운 계열의 색상을 즐겨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수 천, 수 만개의 ‘좋아요’를 선사한 이들 대부분은 10, 20, 30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졸업 후 적응해야 할 환경이 대학이나 재수학원, 취업준비라면, 성공에 대한 경우의 수 그리고 가능성은 너무도 좁아진다. 퇴직자 혹은 퇴직 준비생의 생활에서 그 경우의 수와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더 중요한 것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유와 구독의 흐름이 결국 사람으로까지 확장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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