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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Feb 18. 2020

스벅에선 아이폰이 공부를 이긴다.

01. 스벅 찾는 사람들

두 사람은 친구로 보인다.

한 친구는 영어문법 책과 필기노트, 그리고 각종 하트가 가득한 필통을 꺼내고, 다른 한 친구는 ‘이외수의 사랑법’이라는 책과 주황색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꺼낸다. 봄이 어울리는 캠퍼스의 여학생인 듯하다. 


오늘은 휴강인가? 

이 시간에 스벅에는 웬일이지?


두 사람은 4미터 길이의 원목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앉자마자 책을 꺼내는 모습에 공부를 하려는구나 생각했지만, 여지없이 빗나간다. 내리 30분을 화려하게 치장한 아이폰으로 검색하고, 카톡을 주고받으며 낄낄댄다. 대화는 뜨문뜨문 다시 아이폰으로 시선이 향한다. 


주문한 아이스 카페라테와 모카 프라푸치노를 받아왔다. 그런데 10분 후, 두 친구의 음료 잔여 량의 차이가 확연하다. 아이스 카페라테는 많이 남아있는 반면, 모카 프라푸치노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의 소유자는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셨고, 4년 전 출시된 아이폰 소유자는 모카 프라푸치노를 마셨다. 그렇다. 검색 속도가 느려 버퍼링이 발생하는 동안 계속해서 모카 프라푸치노를 마셨던 것이다. 결국, 속도의 차이가 맛의 차이를 넘어섰던 것이다. 


다시 30분 여가 지나고 각각 들고 있던 아이폰은 세로에서 가로모드로 뉘어진다. 게임 모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윈드러너’가 시작되고, 두 사람은 경쟁 모드로 돌입한다.


아직 영어문법 책은 펼쳐지지 않았고, 하트 필통 역시 열리지 않았다. 어느샌가 영어문법 책은 ‘윈드러너’를 위한 팔 받침으로 사용되고, ‘이외수의 사랑법’ 책 역시 팔목 받침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벅에서 공부는 사치인 것일까?

아무튼 스벅에선 아이폰이 공부를 이긴다.



[스벅 찾는 사람들]

'스벅에선 아이폰이 공부를 이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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