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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린신문 Jan 16. 2020

03. 이불에 오줌 싸면 데이터 받아와라

자녀의 데이터 소비와 생산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쌓는 아이] 대안
'스펙 쌓는 아이, 콘텐츠 쌓는 아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페이스북, 트위치,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퀴비까지..
세상 모든 플랫폼은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제까지 스펙만 쌓을 것인가?
소금만큼 데이터도 소중하다.


소금만큼 데이터도 소중하다.


어린 시절 그때는 

혼나는 일이 참 많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 돌이켜보면, 혼날 만도 했다. 몰라서 저지른 일, 알면서도 호기심에 저지른 일,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일 등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서는 늘 파리채 혹은 효자손을 들어 혼을 내셨다. 필자의 혼나는 모습을 옆에서 관찰하던 누나도 사춘기 동생에게 혼을 낼 때 부모님과 똑같이 행동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경험에서 지혜를 배운다고 했던가? 혼날 짓을 했다고 판단될 때마다 필자는 파리채와 효자손을 숨기곤 했고, 혼낼 도구가 사라진 부모님과 누나의 행동은 전과 달리 어색해 보였다. 


TV에서는 

이불에 오줌을 싼 아이가 옆집에서 소금을 받아오는 장면이 종종 연출됐다.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른 실수다. 지금이야 방수커버라고 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지만 그때는 오로지 손과 발로 이불을 빨아야 했다. 추운 겨울이면 오줌 싼 이불 빨래는 더 힘들어진다. 때문에 어머님은 오염된 부분만 손으로 주물러 빨곤 하셨다. 물론 그때도 세탁기는 있었다. 하지만 이불 빨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대용량은 아니었다.  


필자의 

유치원생 딸도 하루가 멀다 하고 침대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하루 세 번의 빨래를 일주일 내내 한 적이 있다. 잠들기 전 화장실에서 오줌 싸는 습관은 그렇게 생겨났다. 그렇다고 옆집 가서 소금을 얻어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때만큼 소금이 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 데이터였다. 너무 생뚱맞게 들리수도 있겠지만, 옆집에서 데이터를 얻어오라는 얘기는 아니다. 소금만큼이나 데이터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오줌과 소금, 데이터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물쓰듯 데이터를 소비한다.


요즘 아이들은 

물쓰듯 데이터를 소비한다. 아니 어쩌면 하루 물 소비량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는지 모른다. 데이터를 그만큼 소비한다는 건 그만큼의 흥미로운 새로운 콘텐츠가 생겨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한번 소비된 데이터는 물과 달리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으로 남아 재 수집되고,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진다. 데이터에 의해 쇼핑이 이루어지고, 금융거래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고객 데이터가 수집되고, 다시 새로운 상품으로 재 가공된다는 얘기다.   


우리 몸의 70%는 물이다. 

섭취된 물은 세포, 근육, 혈액 등을 구성하며 다양한 내부 기관을 거쳐 오줌으로 배출된다. 소금은 체액의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은 물과 소금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데이터 소비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데이터를 소비하는 만큼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기록 혹은 수집을 통해 데이터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수시로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생명 유지에 

물과 소금이 필요하다면,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은 삶의 가치를 드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금융과 데이터의 조합이 핀테크(금융을 기술로 접근)로 비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데이터에서 파생된 금융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 곧, 핀테크가 아닌 테크 핀(기술로 금융을 접근)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데이터를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당연하다. 필자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세상은 늘 새로운 무언가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그 새로운 무언가를 위해 광고 수익을 배분하고, 아마존은 그 새로운 무언가를 위해 판매자 업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클라우드와 물류 관련 서비스를 경쟁사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괜히 한번 

네이버 앱을 열어보고,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고, 괜히 한번 카카오톡 앱을 열어보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앱을 열어 스크롤한다. 그냥저냥 괜히 한번 열어보는 습관이다. 그 습관이 지속되기 위해서 데이터가 필요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요구되는 것이다. 

괜히 한번 스마트폰을 본다.

손목에 

스마트워치 혹은 샤오미 미 밴드를 착용하는 순간, 데이터는 24시간 수집된다. 사용자의 심박수, 걸음걸이, 운동량, 수면 습관까지 기록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데이터는 성적이다. 성적이 세상이 원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20만 원짜리 학원에서 성적 데이터가 크게 향상되기를 바라고 있을 때, 2만 원짜리 샤오미 미 밴드는 아이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보험사에 제공하고 보험료를 낮춤으로써 그 이상의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고, 회사에서는 매일 6시간 이상 꾸준히 수면을 취하는 직원에게 현금으로 보상할 것이다. 성적 데이터보다 건강과 인성 데이터가 요구되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는 얘기다.

 

매일 물쓰듯 

데이터를 소비하며 무료 와이파이존을 찾는 아이라면, 그 아이가 플랫폼 기업들이 원하는 콘텐츠 개발에 남다른 재능을 가졌거나 혹은 가졌으면 한다면, 데이터 소비와 생산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습관과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혹, 아이보다 부모들의 데이터 소비가 많다고 판단된다면, 필자의 누나가 파리채를 들어 동생을 혼냈듯이 당신의 아이가 똑같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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