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80일차
만일 전쟁이 정말 일어났다면? 하며 무섭게 깨게 됐다.
오래지 않아 오발령임을 알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지만 갑자기 대피를 하라고 하는 문자에 깨니 비몽사몽 간에 당황스러웠다.
우선 그 찰나에 든 생각은 딸과 함께 무사히 피난을 어떻게 가야 하냐는 것. 그리고 동시에 안전한 곳이 어디에 있을까 했던 것이다. 분유는 어떻게 타지 하는 사소하지만 디테일한 부분도 동시에 떠올랐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두려움과 함께 찾아와 인터넷을 켰지. 다행히 커뮤니티에는 이미 북한에서 예고를 했던 상황이고 정부에서 대응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머잖아 정리가 된 일이지만 저런 문자를 받고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예전에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하던 시절에 침전하면서 언제 전쟁나서 모든 게 리셋됐으면 하고 바랐던 때도 있다. 뭐 하나 가진 게 없어서 였을까. 아니면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서 였을까. 이제 딸이 내 옆에 있는데 이런 상상은 정말 끔찍하다. 시민들의 불안을 노린 정치적 술수인지는 모르지만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