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내가 지구에서 사라졌을 때, 내 SNS는 어떻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친구의 생일을 알리는 SNS 알림을 종종 받곤 합니다. 놓칠 뻔했는데 다행이다 싶을 때도 많지요. 그런데 알림이 눈물바다를 만들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지인의 생일을 알려줬거든요. 알림을 꺼버릴 수도, 친구를 삭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더 슬플 거 같아서요.
방사선 치료를 받는 사이, 위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갑자기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걱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참 많이도 버렸지요. 그러다 문득 웹상의 내 기록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언니에게 알려줬지요. “노트북 폴더에 보면 각종 비밀번호가 적힌 한글파일이 있어. 번거롭겠지만, 로그인해서 다 지우고 탈퇴해 줄래?”
마지막 순간에, 남기기 싫은 무언가를 지울 시간이 있다면, 그 삶은 아마도 행복한 삶이겠지요. 한 대학의 법의학 교수님이 죽기 전에 써둬야 할 문서 세 가지를 언급하셨대요. 장기기증 서약서가 있는데 이미 썼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법정대리인 지정서는 아직 안 썼습니다. 지구 여행을 마치는 날은 정해지지 않았으니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게 좋겠지요. 그런데 왜인지 바쁜 일상에서 이런 것들은 자꾸만 뒤로 밀립니다.
얼마 전, 대학 시절에 썼던 글을 정리하던 중에 그 옛날 웹사이트에 올린 시를 발견했습니다. 웹페이지 고대로 인쇄해 두었더라고요. 시에 대해 평가한 답글까지도 함께요. 그 시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폐기 처분되었을까요?
기록으로 남길 만큼 의미심장한 날이라, 내년에도 떠올리기 위해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내년 이맘때까지, 과연 1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너무 궁금해하면서요.
기록을 남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록을 지우는 일도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