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7화

[화] 내가 지구에서 사라졌을 때, 내 SNS는 어떻게 될까요?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친구의 생일을 알리는 SNS 알림을 종종 받곤 합니다. 놓칠 뻔했는데 다행이다 싶을 때도 많지요. 그런데 알림이 눈물바다를 만들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지인의 생일을 알려줬거든요. 알림을 꺼버릴 수도, 친구를 삭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더 슬플 거 같아서요.

방사선 치료를 받는 사이, 위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갑자기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걱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참 많이도 버렸지요. 그러다 문득 웹상의 내 기록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언니에게 알려줬지요. “노트북 폴더에 보면 각종 비밀번호가 적힌 한글파일이 있어. 번거롭겠지만, 로그인해서 다 지우고 탈퇴해 줄래?”



마지막 순간에, 남기기 싫은 무언가를 지울 시간이 있다면, 그 삶은 아마도 행복한 삶이겠지요. 한 대학의 법의학 교수님이 죽기 전에 써둬야 할 문서 세 가지를 언급하셨대요. 장기기증 서약서가 있는데 이미 썼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법정대리인 지정서는 아직 안 썼습니다. 지구 여행을 마치는 날은 정해지지 않았으니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게 좋겠지요. 그런데 왜인지 바쁜 일상에서 이런 것들은 자꾸만 뒤로 밀립니다.


얼마 전, 대학 시절에 썼던 글을 정리하던 중에 그 옛날 웹사이트에 올린 시를 발견했습니다. 웹페이지 고대로 인쇄해 두었더라고요. 시에 대해 평가한 답글까지도 함께요. 그 시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폐기 처분되었을까요?


기록으로 남길 만큼 의미심장한 날이라, 내년에도 떠올리기 위해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내년 이맘때까지, 과연 1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너무 궁금해하면서요.

기록을 남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록을 지우는 일도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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