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금]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요즘 연재 중인 제 소설 속 여주인공은 참 겁이 없습니다. 세상을 온통 자기 이야기 속 무대로만 여기거든요. 그래서 위험해 보이는 밤거리를 마구 싸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무모한 주인공의 모습에, 사실 제 모습이 조금은 투영되어 있다는 걸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다 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생겼거든요. 그랬더니 조금씩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더라고요^^;
그녀가 눈에 들어온 건 같은 옷차림 때문입니다. 온도 차가 제법 나는데 겉옷이 바뀌질 않았습니다. 마치 교복처럼요. 하의 색깔도 제가 본 건 청바지와 상아색 바지가 전부였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다음 정거장에 내려야 했기에 늘 마지막에 아슬아슬하게 만원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열차 안에서는 열심히 독서하더라고요. 휴대전화보다 조금 큰 리더기를 늘 들고 다녔습니다. 열차를 갈아탈 때는 제법 긴 계단을 쉬지 않고 총총거리며 뛰어 올라갔습니다. 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는 뜻이겠죠?
매번 같은 칸에 탄 건 아니었지만 거의 매일 보았습니다. 처음에 뒷모습만 보았을 땐 20대 중후반쯤 됐을까 싶었는데, 얼굴을 보니 (마스크 때문에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30초 초반이나 중반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같은 칸에 탄 오늘은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녀는 아마도 웹소설 회사에 다닐 거라고요. 그래서 짧은 구간에서도 리더기를 꺼내 소설을 읽는다고요. 외부 미팅보다는 사무실 내근을 더 많이 할 거라고요. 그래서 틈날 때 열심히 운동할 겸 계단도 뛰어오른다고요. 내부에서만 일하다 보니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거의 항상 비슷한 옷차림을 한다고요.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이 전혀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궁금해지더라고요. 혹시 누군가가 저를 보고도 이런 상상을 할까요?
우리는 집 밖을 나오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과 더 많이 마주칩니다. 그래서 덜 피곤하기도 할 거예요. 모든 사람을 다 상대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하루 속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조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사연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는 이미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있을지도요. 오늘 출근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얼굴들 속에, 잠깐의 상상이 작은 숨통이 되어주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