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놓치고 지나가도 아무 일 없음을…

169화 [목]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설 연휴 동안 다들 푹 쉬셨나요? 주말은 밖으로 돌고 나머지 사흘은 조용히 동굴 속에 머물렀더니 세상이 또 확확 바뀌어 버린 기분이에요. 그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쩐지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들 마찬가지겠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이지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무수한 정보들이 쏟아지잖아요. 어디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곳에 하루라도 다녀오면 세상이 낯설기까지 하고요. 그래서 가끔은 인터넷을 노트북으로만 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방송 작가니까 세상 돌아가는 거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서요.”


방송 일을 하면서 자주 듣던 말입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표현이지요? 이런 말을 왕왕 듣다 보니 틈만 나면 인터넷 창을 켜서 뉴스를 열어보곤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방송을 그만두고 나니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 홀가분했다고 할까요? 이제 모르는 일쯤은 있어도 상관없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너무 세상 소식과 담쌓고 사나 싶어서 아침부터 뉴스채널을 틀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밤까지 계속 같은 그림, 같은 기자의 멘트를 듣게 되더라고요. ‘아, 생각보다 하루 동안에 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걸지도 몰라. 그러니 뉴스를 보는 건 하루 한 번이면 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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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은 어쩌냐고요? 만약 정말 제게 꼭 필요한 정보라면, 그것을 마주해야 할 가장 적절한 순간에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당시에 알았으면 좋았을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가 되고 결론이 나고 생각들이 보태지면서 완성도 있는 글처럼 남을 때도 있고요.


그리고 기억하려고 애씀에도 불구하고 자꾸 잊어버리는 것들을 애써 기억하려고 발버둥 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건 내 것이 아닐 거니까요. 내가 소화할 수 없는 거라서 그런 걸 테니까요. 그러니 우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것들에 너무 미련 두지 말기로 해요.


기억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남겨지는 걸 거예요. 그러니 오늘 여러분의 손등 위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것 중 마음에 닿아 머무는 것들만으로도 여러분의 하루는 충분히 완성될 거라고 믿자고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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