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수]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왜~ 진하게 연애하다 헤어지고 나면 한동안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르잖아요. 분명 혼자인데 옆에 같이 있는 것 같고요. 이런 경험이 꼭 연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닐 겁니다. 괜히 마음을 긁어놓고 간 상사, 야단치던 선생님도 떠오를 테고 말이지요.
어느 따뜻한 오후였는데, 저 역시 그런 사람이 한 명 떠올랐습니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요. 할 일은 쌓여 있는데 마음이 그 사람에게 붙들려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사람 때문이라기보다 그때 아무 말도 못 했던 제 서툰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아요.
그 순간 문득 드라마 <W(더블유)>가 떠올랐습니다.
만화 속 남주인공이 현실의 여주인공을 생각하면, 여주인공이 만화 세계로 소환되잖아요. 멀쩡히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다른 세계로 끌려가는 장면이요.
‘만약 내가 지금 떠올리는 사람이 정말로 내 앞에 나타난다면?’
그렇게 상상해 보았습니다.
좋은 인연이라면 반가울 테지만, 솔직히 그렇지 않은 인연이라면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면 저는 또다시 마음을 소모하고 있지 않을까요.
‘내가 지금 자꾸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날지도 몰라.’
엉뚱한 상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생각을 하자 마음이 멈췄습니다. 눈앞에 없는 사람을 위해 지금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쓴 소설 속 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현실을 살아야 한다고요.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숨 쉬고,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해내며 살아야 한다고요.
생각은 힘이 세서, 가끔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까지 우리 하루 안으로 끌어옵니다. 하지만 선택은 늘 우리 몫이겠지요. 오늘의 시간을 누구와 함께 보낼지 말입니다.
혹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자꾸 생각난다면, 저처럼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지금 이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정말 괜찮을까?’ 하고요. 그러면 아마, 쓸데없는 상상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