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내 안의 곰팡이

192화 [수]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제 방 창문은 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벽 틈새를 타고 옥상부터 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이지요. 비 오는 날이면 제 신경도 창틀의 습기만큼이나 날카로워집니다. 어떤 날은 비가 와도 멀쩡하다가, 또 어떤 날은 벽이 속절없이 젖어 드니 도무지 그 패턴을 알 수 없습니다. 이사 온 뒤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결국 제가 찾은 유일한 해답은 ‘환기’를 잘 시키는 것뿐이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감정들이 곰팡이와 닮았다고요. 곰팡이를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환기이듯, 내 안의 고통도 털어놓고 드러내면 상처의 깊이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요?


사실 ‘마음의 환기’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니더라고요. 눅눅한 속내를 누군가에게 슬쩍 내비치는 것, 혹은 매일 아침 이렇게 글을 쓰며 내 안의 습기를 문장으로 말려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혼자 끙끙 앓으며 벽지 안쪽에 숨겨두었던 고민을 햇볕 아래 꺼내 놓는 순간, 곰팡이는 조금씩 옅어집니다.


최근 낯선 배움의 길에 들어서며 저 또한 내심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의 곰팡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하니 공부가 제대로 될리 없지요. ‘즐겁게 공부하자, 인생에 4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선물하자’라고 다짐하며 시작한 공부인데, 어느새 목적은 흐려지고 조바심만 눅눅하게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못난 마음을 인정하고 밖으로 꺼내어 놓으니, 오히려 그 자리에 새로운 열정의 공기가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 자신을 답답해하며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 서툰 모습 그대로 햇볕에 말리며 묵묵히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 창문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혹시 너무 오래 닫아두어 구석진 곳이 눅눅해지지는 않았나요? 오늘 하루는 아주 작고 사소한 고민이라도 좋으니,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혹은 하얀 종이 위에 슬쩍 꺼내 놓아 보세요. 어쩌면 그게 우리 마음을 지키는 가장 다정한 치료제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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