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화]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언제 생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게는 한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식물에게도, 동물에게도, 심지어 물건에게도 의인화하는 버릇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이 아닌 명칭 뒤에 ‘에게’라는 조사를 붙이는데, 글을 쓸 때마다 자꾸만 빨간 줄이 생깁니다. 무생물은 ‘에’라고 써야 한다고 아주 가차 없이 지적하는 거지요.
하지만 저는 그 빨간 줄을 무시하고 ‘에게’를 그대로 둡니다. 의인화하면 어쩐지 그 존재에 숨을 불어넣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책상 위 꽃병도, 노트북도, 낡은 수첩도 제게 말을 걸어오는 다정한 동료가 됩니다. 대화 상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들의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삐죽하게 솟은 스투키에게 “잘 잤니?” 하고 소리 내 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안부 인사를 건네다 보면 그 존재가 조금 더 소중해집니다. 그러면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지요. 생각해 보면 우리 곁의 물건들도 지난번 미술관에서 마주쳤던 ‘초사람’과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비바람에 씻겨 결국 흙으로 돌아갈 ‘초사람’처럼, 제 곁의 물건들도 언젠가는 고장이 나거나 닳아서 사라질 유한한 존재들이지요.
영원할 것처럼 욕심을 부리다가도 결국은 이별할 시간이 온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지금 제 손에 쥐어진 볼펜 한 자루도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사라질 것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온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제가 물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거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익숙한 물건들이 사람보다 더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오래 함께해 온 시간만큼은 제 기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나이 들수록 사람보다 물건이 더 묵묵하게 곁을 지키며 제 인생의 역사를 증명해 주기도 하더라고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저 조용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존재들. 저는 오늘도 책상 위 물건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넵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의 시작이 외롭지 않으니까요.
오늘 출근길에 여러분도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생각보다 오래 여러분의 곁을 지켜온, 아주 다정한 ‘누군가’가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