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

195화 [월]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얼마 전 처음 듣고 단숨에 마음을 빼앗긴 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울림이 꽤 묵직해서 한참을 곱씹게 되더라고요.


“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

덕망이 있어야 사람이 따르고, 어떤 결과가 나오려면 그만한 바탕이 쌓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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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로의 시간 동안 평생 공부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요즘 들어 그게 착각이었나 싶습니다. 요즘 저는 배움의 길에서 호된 성장통을 겪는 중입니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데 끈기가 부족한 걸까요,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펼친 책장이라 길을 잃은 걸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의 이 과정은 무척이나 고단합니다. 예전 방송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만학도 출연자가 새삼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도깨비)가 없어도, 지금 지루한 배움이 내 안의 숲을 울창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압니다. 하지만 마음은 자꾸만 “조금 더 쉬어야 하지 않겠니?”, “이대로 예전의 명민함을 되찾지 못하면 어쩌지?”라며 불안의 덤불을 헤칩니다. “포기하면 이 고통도 안개처럼 사라질 텐데…” 하는 유혹이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숲이 깊어지지 않는 이유는 도깨비가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 숲에 들어온 사람이 너무 빨리 길을 되돌아 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울창한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비바람과 고요한 밤을 견뎌내야 비로소 신비로운 존재를 품을 수 있는 법이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 하루만 더 숲 안에 머물러 보려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사이 제 안의 나무들도 조금씩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을 테니까요.


오늘 여러분의 숲에는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나요? 당장 도깨비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숲을 지키는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깊어지고 계실 테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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