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수]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한밤중에 쓴 편지를 아침에 다시 읽고 낯 뜨거워서 찢어버린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지요?
요즘은 편지가 아니라 일기장 때문에 종종 그런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밤이 깊어지면 일기장에 감정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어지거든요. 그날 있었던 일, 억울했던 마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갑니다. 쓰는 동안은 정말이지 세상이 끝나버릴 것처럼 괴롭습니다. 그런데 날이 바뀌고 낮에 그 일기를 다시 보면, 어느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마음이 되어 있더라고요.
왜 밤이면 감정이 이렇게 몽글몽글해지는 걸까요. 사실 이건 기분 탓만은 아닙니다. 낮 동안에는 이성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해 줍니다. 쉽게 말하면 '이성이라는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밤이 되면 이 브레이크가 서서히 풀리면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그래서 낮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들이 밤이 되면 갑자기 크고 선명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밤의 감정이 유독 진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었던 거지요.
낮에는 해야 할 일들, 만나야 할 사람들, 지켜야 할 표정들 사이에서 감정이 자꾸 뒷전으로 밀립니다. 그러다 밤이 되어 혼자 남겨지면, 꾹꾹 눌러두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거겠지요. 그래서 밤의 감정은 과장된 게 아니라 어쩌면 가장 솔직한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낮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건 밤사이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일기장에 가감 없이 털어놓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꺼내놓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쌓이고, 굳고, 결국 더 무거워질 뿐이지요. 밤의 일기장은 그래서 저에게 꽤 훌륭한 치료제입니다.
밤에 유독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이 있다면, 너무 다독이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감정을 어딘가에 솔직하게 풀어놓아 보세요. 일기장도 좋고, 하얀 메모지도 좋습니다. 밤이 그 마음을 받아줄 테니까요. 그리고 아마 낮이 되면, 어제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져 있을 겁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