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24화

[목] 한 걸음만 옮기면 시원한 그늘인데…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20대 후반쯤, 효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를 데리고, 육로를 따라 북으로 북으로 향했지요. 맞아요, 금강산 관광을 했습니다. 시기를 보니 제가 갔던 게 끝 무렵이었나 봅니다.

이런저런 규제가 많았는데, 카메라 화소 허용 범위가 엄청 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디카도 휴대전화도 다 두고 폴라로이드를 챙겨갔지요. 그런데 그 바람에 가는 곳마다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북한 사람들에게 빙 둘러싸일 때는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너도나도 찍어달라고 모여들었거든요. 신기한 듯 구경하려는 사람도 많았고요. 잘 나오지도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풍경을 찍었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사진첩을 꺼내보았습니다.

아마 디카를 들고 갔더라면 그때 찍은 사진이 어디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진을 올릴까 하다, 흐릿하게나마 글자가 보이는 사진을 골라보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민가 쪽으로 이동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버스 안에 타고 있던 관광객이 농사짓는 분들이 대다수여서 아무것도 심지 않은 땅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을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깨에 총을 메고, 갈색 군복을 입은 군인이었지요.

군인 옆으로 신기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명암이 극명했달까요. 한쪽은 뙤약볕에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고, 한쪽은 아주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군인이 어느 쪽에 서 있었을 것 같으세요? 안타깝게도 뙤약볕 쪽입니다. 한 발짝만 움직이면 시원한 그늘인데, 꼭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고 좌표라도 찍어둔 걸까요?



그때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제가 그 군인 대신 한 발짝 옆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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