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25화

[금] 장례절차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무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농사를 지으시던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의 목 뒷부분은 본래의 피부 색깔을 알 수 없을 만큼 항상 그을린 상태였지요. 그리고 할아버지를 떠올리는 또 하나의 기억은 바로 손바닥의 촉감입니다. 워낙 사이가 좋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만나면 손잡고 끌어안고, 틈만 나면 옆에 착 붙어있었지요. 그렇게 많이 잡았던 할아버지의 손 대신, 제 기억에 남아있는 건 차갑게 식어버린 얼굴입니다.

입관식 소요 시간이 엄청 길다는 걸, 저는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입관식을 하기도 전에 너무 울어서 이미 방전 상태였고,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러 가는 게 싫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얼굴을 드러낸 채 수의를 입고 가만히 누워계셨습니다. 가족 일원 모두에게 할아버지와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시간이 주어졌지요. 할아버지 발 쪽에 다가섰는데 주물러 드려도 된다고, 장례지도사분이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옮기며 발도 주무르고 다리도 주무르고 손도 잡아보다 드디어 얼굴 앞에 섰는데, 온몸이 바르르 떨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울어서 안타까워 보였을까요? 장례지도사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손으로 볼을 감싸보세요.”

아주 천천히 가만히 할아버지의 양 볼에 두 손을 올려보았습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차가움이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우는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지 않아서, 소리도 못 내고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이제 그만 손을 떼려는데, 너무 욕심을 부려서일까요? 할아버지 얼굴에 착 달라붙은 손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움을 받고서야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그렇게 입관식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를 가족 모두가 함께 들어 관 속에 모시기도 했고, 관뚜껑을 덮고 그 위에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이 조금은 채워졌습니다. 처음으로 오롯이 겪어본 장례였는데, 너무 힘들었던 순간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장례지도사분께 이제야 그 마음을 전합니다.



다 지나간다는 어른들 말씀이 오늘따라 사무칩니다.

여러분, 다 지나갈 거예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