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27화

[화] ‘적바람’을 어디에 하시나요?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영화 <이별에 필요한>은 시대 설정이 2050년입니다. 상상대로 모든 게 최첨단입니다. - 갑자기 ‘최첨단’이라는 단어가 너무 올드하게 느껴집니다. 아, 옛날 사람! - 어쨌든 시대를 막론하고 예스러운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여자 주인공의 연락처를 받아두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자, 남자 주인공이 볼펜과 메모지를 건넵니다. 여자 주인공이 볼펜을 받아 들고 망설이자, 남자 주인공이 볼펜의 심 부분이 드러나도록 딸깍 눌러서 다시 건넵니다. 여자 주인공이 동료에게 그 일화를 얘기하자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다니,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정말 펜이 낯설어지는 시대가 올까요?

길 가다 문득,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르면 여러분은 어디에 적으세요? 휴대전화의 메모장에 적으세요, 아니면 수첩에 적으세요? 저는 수첩에 적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면 그땐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고요. 수첩에 적어놓은 ‘적바람’은 나중에 다시 보기가 참 쉬운데, 이상하게 휴대전화의 메모장에 남겨두면 ‘적바람’ 자체가 있다는 걸 잊을 때가 많거든요.



‘적바람’이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그게 언제가 되든 꼭 꺼내보아야 합니다. ‘적바람’은 지금이 아닌 나중을 위한 거니까요.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적바람’은 과거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고,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적어두었구나.’ 싶으니까요. 말 나온 김에 우리 모두 함께, 먼 미래와 지금 이순간을 연결하는 ‘적바람’을 하나 남겨볼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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