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32화

[화] 시커멓게, 걸어오는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매일 오프닝을 쓰다 보니 까맣게 잊고 살던 기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1990년 11월, 안면도에서의 기억입니다. 이렇게 시기까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죽었대! 피투성이가 됐다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말들이 들려왔던 거 같습니다. 깜깜한 밤이었는데, 저는 집 앞 가로등 앞에서 동동거리고 있었습니다. 5학년이면 제법 자랐을 때인데, 안타깝게도 기억이 선명하진 않네요. 고통스러운 날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아빠는 왜 안 오는데!! 왜 우리 아빠만 안 오냐고!!!” 한참을 허공에 대고 원망을 늘어놓는데, 저 멀리 시커멓게 걸어오는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다행히도 아빠는 그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한동안 중무장한 군인을 가득 실은 차가 오갔던 것 같아요. 엄청 무서웠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중학생 언니 오빠를 봐도 모른 척하라고, 학교 밖으로 나가면 잡혀간다고, 봤다는 것조차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고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민 동의 없이 안면도에 핵폐기장을 설치하려다 발각이 된 겁니다. 생각해 보니, 그때 처음으로 공권력의 공포를 경험했네요. 그 이후의 상황이 기억나질 않아 기사를 검색해 봤더니, 1993년 3월에서야 안면도 핵폐기장 설치가 백지화됐더라고요. 승리 기념 큰잔치를 벌였다니까 그때 안면도에 남아 있었더라면 마지막 순간도 기억했겠죠?

나의 문제와 남의 문제, 우리의 문제와 그들의 문제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걸까요? 일부러 쓴 문장이긴 한데, 써 놓고 보니 참 별로입니다.



고안해 낸 해결책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닐 겁니다. 공감하며 노력하다보면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요. 완벽한 해결책이란 어차피 없으니까요. 아침부터 너무 무거웠나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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