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이어폰을 꽂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요즘과는 다르게 제가 어렸을 때는 피아노를 배우는 게 로망이었습니다. 안면도에 살았던 저는 피아노를 마주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피아노가 있는 곳이 학교, 교회, 학원이 전부였거든요. 증조할머니의 든든한 지원으로 여덟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감히 피아노를 갖고 싶다는 투정은 부리지 않았습니다.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이기도 하지만, 열 살인 저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난 해입니다. 네, 맞아요! 피아노를 갖게 됐습니다. 증조할머니가 사주셨지요. “오늘 피아노가 도착한대!” 엄마의 그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구름 위를 날아다녔습니다. 피아노 학원에 가서도 마음은 콩밭에 있었지요. 어둑어둑해서야 집에 돌아왔는데, 마침 피아노 설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사님을 만났습니다. 큰길에 멈춘 채 헤드라이트를 비춰주셨습니다. 가로등이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내달리듯 집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복병이 남아 있었습니다.
“안 돼! 할아버지 뉴스 보시잖아.”
피아노를 갖게 된 역사적인 그날 저는 건반 하나 눌러보지 못했습니다.
피아노는 저를 따라 서울로 올라왔고, 이사 다닐 때마다 영광의 상처가 하나둘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조카가 생기면서 피아노는 동생의 집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장식용 가구가 되어 갔지요. 사실 가끔은 피아노를 쳐보고 싶어도, 시끄러울까 봐 관두곤 했습니다. 굳어버린 손가락이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피아노에도 키보드처럼 이어폰을 꽂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동안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피아노 역시 제 손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하죠? “의미 있는 곳에 보내더라도 이동 비용도 그렇고, 그럴 바엔 그냥 하나 사주는 게 나을걸?” 벌써 30년도 더 된 피아노니까요.
피아노는 아직 동생의 집에 그대로 있습니다. 언니가 반대하겠지만, 언젠가 제 방 안에 둘 겁니다.
증조할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제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선물하셨을까요? 피아노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셨겠지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