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50화

[금] 맛 표현이 가장 어렵습니다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과 살기 위해 먹는 사람. 여러분은 어느 쪽에 해당하시나요? 저는 안타깝게도 후자입니다. 그래서 유독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지요.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를 맡았을 때가 그랬습니다.


워낙 가리는 음식이 많아서, 입도 짧은 편이라, 더빙원고 쓸 때 종종 괴로웠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PD님이 먹음직스럽게 찍어온 영상을 앞에 두고 맛깔스럽게 원고를 써야 하는데 도무지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가 많았으니까요. 그보다 더 당혹스러울 때는 무슨 맛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원고를 쓸 때였지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맛깔나는 선배 작가들의 대본을 공수했지요. ‘아, 이런 종류 음식의 맛을 표현할 때는 이런 표현을 쓰는구나. 이런 종류의 음식은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의성어를 쓰면 맛 표현을 강조할 수 있구나.’ 원고를 보고 맛을 배웠습니다^^;


일할 힘을 보충하기 위해 밥을 먹다 보니 음식을 먹으면서 맛 평가 자체를 별로 안 해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맛없다고 하는 음식도 그냥 묵묵히 잘 먹었지요. 그래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 입맛이 까다롭다는걸요. 아마 다양한 식재료를 접하고 공부했더라면 맛 표현이 정말이지 휘황찬란했을 거라는걸요.


엄마랑 언니가 그랬습니다. 제 입맛이 너무 까다롭다고요. 손맛 좋은 엄마가 담근 김치도 어떨 땐 손도 안 댔다고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제가 그랬나 봅니다. 갱년기 때문에 입맛이 왔다 갔다 하던 시절에 엄마가 그래서 혼자 속을 많이 끓였다고요. 제가 안 먹으면 다른 식구들도 잘 안 먹으려고 했다고요.


미각은 왜 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까요. 어떨 땐 맛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어떨 땐 총천연색 맛이 느껴져서 아주 괴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맛 표현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아쉽습니다. 모르는 맛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살기 위해 먹지 않고 먹기 위해 살았다면 조금 더 다채로운 맛을 보며 살 수 있었겠지요?


50화 캘리.jpg


그러니 먹고 싶은 건 미루지 말고, 꼭 드세요. 더 나이 들면 소화가 잘 안되는 탓에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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