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걸어서 3.4km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산책하는 거리입니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는 건 참 좋습니다. 비록 크진 않더라도요.
빌린 책을 담은 가방과 회원 카드를 챙겨 집을 나섭니다. 골목을 조금 걷다 보면 편의점이 나오고, 버스가 다니는 왕복 2차선 도로가 보입니다. 문을 연 상점보다 폐업하거나 공실이 더 많지만, 아무튼 건물들을 지나 열심히 걸어갑니다. 동시에 신호가 바뀌는 건널목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면 아파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계속 직진하다 보면 굴다리가 나오는데,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사체가 된 지렁이를 피해 가느라 바쁩니다. 어둠이 끝날 때쯤이면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군데군데 하우스와 논밭이 펼쳐지거든요.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천이 흐르는 다리가 나옵니다. 그 다리를 건너서 아파트 단지를 조금만 지나면 도서관이 보여요.
날씨가 좋거나 여유가 있는 날엔 책을 빌려 나오는 길에 천변을 걷습니다. 봄이면 꽃이 얼마나 예쁘게 피는지 모릅니다. 한번은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반납한 뒤 빌릴 책을 살피고 있는데, 노린재라고 하지요. 그 벌레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더라고요. 아마도 저를 따라 도서관에 들어왔나 봅니다. 벌레라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지라 바로 뒷걸음질 쳤는데, 어쩐지 죄책감 때문에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휴지를 접어 벌레 위에 얹고 눈을 질끈 감으며 밟았습니다. 살려서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벌레 잡게 휴지 좀 주세요, 했더니 사서 분 역시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습니다^^;
매주 동일한 제목의 책을 빌려봅니다. 신춘문예 당선시집이요. 최근 연도부터 차근차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건 2014년 책이고 1997년도가 마지막이었으니, 중간중간 빠진 해도 있으니, 올해 안에는 다 보겠지요? 시인으로 등단하는 날이 되면 수상소감에 도서관의 시집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려고요^^
좋은 것들을 마주하니, 마음이 참 좋아집니다. 좋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책을 읽으니, 이전의 제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잔뜩 날이 선 채로 다급하기만 한, 그런 모습이요. 이렇게 차분한 모습이 본래의 제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연휴가 끝나고 이제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지요? 그래도 오늘만큼은 우리 본래의 모습은 지키며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