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84화

[목] 그런 작가는 되지 말자는 다짐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오랜만에 방송작가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옛 생각이 났습니다. 작가 세 명이 한 팀으로 일하던 시절인데 일을 빨리 마치고 이따금 함께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미리 가능한 시간을 체크해서 표를 예매하고, 당일엔 재빨리 퇴근해서 저녁도 먹고 공연을 보았지요. 그럴 때마다 제가 물었던 게 있었습니다. “이거 절대 강제 아닌 거 알지?” 왜 이런 질문을 했냐고요? 제가 정말이지 되기 싫었던 작가가 될까 봐 겁이 났거든요.


한때 출퇴근으로 왕복 5시간 거리를 오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늘 잠이 부족하고 피곤했습니다. 프로그램 특성상 종종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공연 보는 걸 어마어마하게 좋아해서 처음엔 마냥 좋았지요. 그런데 잠이 부족해지면서 공연을 보다가 조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거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때는 메인 작가가 아니라 연차로 따지면 세 번째쯤 되다 보니 저에겐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결혼 안 한 메인 작가는 후배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할 때였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퇴근이 늦다는 점, 자꾸만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는 점, 어딜 가든 우르르 데리고 다니려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절대 그러지 말자.’ 하고 다짐했거든요. 그래서 어떤 메인 작가가 되었냐고요? 일찍 퇴근하되, 집으로 일을 싸 들고 오는 작가요. 가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작가요^^;


채팅방에 이름을 붙이곤 하잖아요. 저에겐 ‘예쁜이들’이라고 적힌 방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작가 후배들과 모여 있는 방입니다. 지금은 방송 일을 하고 있지 않은 후배도 있고,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쉬는 후배도 있습니다. 저의 곁을 지나쳐간 여러 작가에게는 몰라도 이 방에 있는 예쁜이들에게만큼은 제가 그렇게 될까 봐 걱정했던 그런 작가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함께 일하지 않는 지금까지도 서로의 소식이 궁금한 사이로 남아있는 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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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채팅방 말고 진짜 ‘작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요. 그래서 방송일이든 다른 일이든 모여서 함께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는 꿈이요. 그러니 이쪽저쪽 많이 기웃거리며 어서어서 저의 세계를 넓혀야겠습니다. 후배들에게 또 다른 길도 열어주고 싶으니까요. 그러니 오늘 하루도 바쁘게 달려야겠지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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