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9화

[목] 엉뚱한 길 안내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저는 가끔 아주 엉뚱한 짓을 합니다. 조금 뜨끔하네요. 자주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날도 그런 행동을 했습니다. 회의를 잘 마쳤으면, 버스나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오면 될 일을, 걸었습니다. 1시간 13분 거리를요. 익숙한 길이라면 이쯤이야, 하고 생각하겠지만, 초행길이었습니다.

터미널에서 버스 출발시간은 저녁 6시, 현재 시각은 오후 4시 30분. 걷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도 앱을 켰다가,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꾸불꾸불한 길이요. 제가 걸어야 할 동선이 중간 지점까진 직선이었는데, 그 이후부턴 꾸불꾸불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냥 큰길로 쭉쭉 안내하면 될 텐데 왜 그러는 걸까요. 한눈에 보기에도 그다지 지름길처럼 보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반항하지 않고 고대로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대로변 상점들은 문을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더 많았습니다. 시장에서 밀려나 입구 대로변에 할머니들이 좌판을 펼쳐놓고 앉아계셨습니다. 남색 생활복을 입은 학생 무리도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쳤지요. 장마를 대비하느라(?) 길 곳곳이 공사 중이었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건물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계신 아저씨 두 분을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지도 앱에 경로를 이탈한 게 보였습니다. 꾸불꾸불 길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다시 되돌아 걸으니, 앉아계신 아저씨 옆으로 좁은 골목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두 갈래로. ‘왜 거기로 들어가지?’ 하는 아저씨들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들어선 곳은 사진을 찍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골목이었어요. 그래서 시간에 쫓기는 와중에 한 장 찍었습니다. 미로를 통과하는 기분이었어요. 이제부턴 정말 지도 앱만 믿어야 했습니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골목엔 저 혼자뿐이었거든요.



터미널에 도착하니, 마치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간신히 화장실에 들렀다 버스에 올라탔지요.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대단한 길을 정복한 것 같아 버스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내내 들떠 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낯선 도시에서 ‘지도 앱의 구불구불한 길’을 발견한다면 절대 지나치지 마세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될 테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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