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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Jan 25. 2024

우리는 왜 단짠에 쉽게 중독되는걸까?

건강에 관해 생각해 볼 것들 

건강을 위해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음식을 얼마나 어떻게 먹을 것인가, 어떤 식재료가 건강에 좋은가 만큼 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맛이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꾸준히 먹을 수 없고, 또 맛있다고 느끼는데 건강에는 해가 되는 음식도 많기 때문이다.   


음식과 건강은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고, 한 두가지로 해결될만큼 간단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바람과 실험실 속 통제된 상황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몇 개월 특별한 뭔가를 챙겨 먹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외부의 영양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일은 평생 지속해야 할 습관에 가깝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요즘 유행하는 정보들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이다. 마치 아플 때 진통제, 열이 날 때 해열제처럼 음식마저 대증요법처럼 접근하는 것 같다. 아니, 음식이라기 보다는 식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지만 음식으로 건강을 살피는 일은 좀 더 넓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절대적인 식량부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의 수가 배부른 사람보다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너무 많이 먹거나 해로운 식품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서구화된 현대인의 식생활을 화려한 영양결핍이라고 비유한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xels님의 이미지

지금 우리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는 맛은 바로 단짠으로 표현되는 단맛과 짠맛이다. 이 맛이 유행하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려고 한다.    


공급의 측면에서 단짠의 유행은 외식과 가공식품의 증가 덕분이다. 음식을 사서 먹는다는 개념은 아마도 문명의 발달과 함께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집밥이 중심이었고, 외식은 부수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 사이에 그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갔다. 지금은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 특별한 일이 되었고, 사먹거나 시켜먹는 음식이 도리어 주가 되었다.    


또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가공식품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 가공식품은 가정에서 소비되는 것을 물론이고 외식산업의 재료가 된다. 상업음식과 가공식품은 사람의 건강보다는 자본의 논리로 작동한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맛을 만들어야 하고, 식품의 유통기간은 최대한 늘려야 한다.    


단짠의 조합은 이런 필요에 최고의 해결책이다. 모든 음식에서 지나치게 단맛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식품의 가공과정에 많은 염분이 추가된다. 실제 우리가 음식을 할 때 첨가하는 소금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소금이 식품가공과정에서 들어간다고 한다. 고혈압을 걱정하는 사람이 집에서 소금을 덜 넣는 것보다 가공식품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공급의 논리가 만들어낸 단짠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유혹이다. 이제 그 이유를 수요의 측면에서 설명해 본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Ilo님의 이미지

수요의 측면에서 단짠의 유행은 진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단맛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에너지다. 때와 장소에 따라 차이는 있었겠지만, 배고픔은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었고, 인류는 살기 위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다 먹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단맛은 대체로 안전하고, 소화도 쉽고, 즉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유리하다. 당연히 단맛은 좋은 것, 맛있는 것, 있을 때 먹어둘 것 이란 신호가 우리 안에 자리잡았을 것이다.    


여기에 현대인에게는 단맛을 선호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단맛이 주는 잠시의 위로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 설탕 중독 혹은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표현되는 현상이 대표적이고, 조금 더 나가면 알코올 중독도 마찬가지다. 견디기 힘든 긴장 속에 지친 뇌가 보내는 이 구조신호는 달콤하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이렇게 보면 먼 옛날의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단맛은 생존경쟁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과 같은 맛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마저 든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 Julita �♡�♡�님의 이미지

하지만 과거와 지금의 단맛은 조금 다르다.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설탕과 고과당 옥수수 시럽과 같은 정제되고 농축된 당분이다. 최근에는 합성감미료까지 더해졌다. 특히 과당은 지방의 저장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높일 수 있으며 몸을 덜 움직이게 만든다. 또한 장내세균총의 부정적 변화도 일으킨다. 여기에 신체활동의 부족까지 더해지면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사이상증후군과 만성염증으로부터 벗어날 도리가 없다.    


짠맛에 대한 욕구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생명은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 또한 연한 바닷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몸 속의 염분 농도는 생명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바다에 사는 생물은 늘 소금물 속에 있기 때문에 도리어 몸 속의 염분을 배출하는 시스템을 발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생물이 바다에서 민물과 육지로 올라오면서 부터는 몸 속의 염분을 잘 간직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짠맛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각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단맛처럼 몸의 요구에 의해 짠맛 또한 우선 섭취 대상에 포함이 된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나도 모르게 많은 염분을 섭취한다. 바로 앞서 말한 가공식품을 통해서다. 역사적으로 소금을 채취해서 이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것도 처음에는 식용이 아니라 식품의 저장 목적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식품 가공 과정에서 많은 염분이 투입된다. 짠맛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른 맛으로 가려서 짠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경우도 많다.    


우리가 집에서 음식을 조리하면서 넣는 소금은 가공식품을 통한 섭취양에 훨씬 못 미친다. 과도한 염분의 섭취로 인한 고혈압과 신장기능의 문제가 걱정이 된다면,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의 양을 줄이는 것보다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LoggaWiggler님의 이미지

   이처럼 우리는 단짠을 맛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진화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훌륭한 전략이었다. 문제는 너무 빠른 시간에 우리 식생활이 단짠천국이, 그것도 정제된 당과 소금의 천국이 되었다는데 있다. 이렇게 쉽게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많은 양의 당과 염분을 섭취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문제에 답이 있다는 말은 현대인의 단짠 중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집밥을 늘리면 된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상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피할 수 없다면, 음식을 선택할 때 좀 더 세심하게 살피면 좋겠다. 너무 강박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건강수명을 생각한다면 40대 이후부터는 음식의 선택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집밥을 해먹을 것을 권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고, 하기도 어렵다고들 한다. 모든 습관이 그렇듯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꾸 해먹어 버릇하면 배달을 기다리는 시간, 식당에 오가고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이면 충분히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 능숙해지면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밥짓기에 익숙해지면 식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 관심만 가지면 간단하고 건강한 레시피를 구하는 것은 매우 쉽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xels님의 이미지

이 외에도 직접 음식을 해먹는 것은 장점들이 또 있다. 바로 식재료를 알고 그 맛을 느낄수 있게 되는 점이다. 집밥의 맛에 길들여지면 가공식품이나 입을 속이는 상업식품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인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달고 짠 음식의 무서운 점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그것을 원한다는 것과 최소비용과 최대이익이라는 자본의 논리 그리고 나도 모르게 노출되고 중독된다는 점에 있다.   

 

나는 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일라고 생각한다. 내가 먹을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습관은 그 자체로도 유익하고, 해가 되는 음식을 구분하는 힘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단짠에 중독된 분들에게 집밥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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