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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Jan 29. 2024

역류성 식도염은 왜 자꾸 생길까?

건강을 위해 생각해 볼 것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위가 안 좋기로 유명하다. 2018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한해 약 5백만명 이상이 위염으로 치료를 받았고, 이 중 4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위염의 원인으로는 그 유명한 헬리코박터균이 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외에도 다들 알만한 이유, 스트레스와 음주와 흡연 그리고 잘못된 식습관 등을 꼽는다.    


최근에는 반복되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고, 통계에도 한 해 4백만명 이상이 치료를 받았고 이 중 절반 정도가 40대 이상이라고 한다.    


통계에 나타난 대한민국의 중년은 배 속이 아프다 못해 가슴마저 쓰라린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위에 있어야 할 산이 선을 넘어 식도를 침범하는 질환을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부른다. 산을 견뎌낼 수 있도록 분화한 위벽 세포와 달리, 식도 벽의 세포는 강한 산을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위산에 노출되면 염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가슴이 타는 듯이 쓰리거나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Moondance님의 이미지


산이 역류하는 이유로는 스트레스, 자극적인 음식, 술과 담배 등에 의해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부위에서 밸브 역할을 하는 괄약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위와 식도 사이를 가로막는 방벽이 헐거워져 위산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증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병은 별것 아닌 데서 시작된다. 조금 잘못된 식습관, 춥거나 더운 날씨, 감정이 상하는 것,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어 양기만을 북돋아 속에 열이 쌓이는 것, 타고난 체질이 실하고 피부가 치밀해서 땀이 잘 나지 않는 것, 급한 성질에 화를 자주 내서 화가 위로 치밀어 올라 체액의 흐름이 정체되고 소통이 잘되지 않는 데서 병이 난다. 이렇게 병이 나면 명치 아래가 답답하거나 아프거나 입맛이 없는 것, 트림하면 썩은 냄새가 올라오거나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오는 것, 속이 메슥거리거나 더부룩한 것과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보면 옛사람들도 꽤나 속을 끓이고 쓰리게 살았던 것 같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Arek Socha님의 이미지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염증을 없애는 약과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처방받는다. 산의 자극으로 발생한 염증을 차단하고 원인물질인 위산을 줄이는 이 전략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 보인다. 실제로도 단기전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문제는 같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만성화되는 경우다. 이때는 이 전략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전황이 바뀌면 전략은 수정해야 한다. 역류한 위산뿐만 아니라 위산이 선을 넘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때 먼저 살펴볼 것은 소화의 화학적 과정이다. 소화는 음식물을 우리 몸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다양한 소화효소들이 동원되는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화학반응이다.    


그런데 입에서부터 조금 더 나가면 음식의 조리부터 시작되는 소화는 위에서 충분한 산이 분비되는 것을 전제로 세팅되어 있다. 만약 위산이 필요한 만큼 분비되지 못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일시적 오류는 자체적으로 복구되지만 장기화되면 전체과정이 꼬일 수 있다. 무작정 산을 억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다음으로 봐야 할 것은 소화의 물리적 과정이다. 소화는 입에서부터 위와 장을 거치면서 일어난다.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소화는 이루어진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8052601님의 이미지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에게 식사 후 바로 눕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 내려가는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산이 역류한다는 것은 이 물리적 흐름을 거슬러 오르는 현상이다. 위산이 연어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단지 위와 식도 사이의 밸브가 느슨해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진료하면서 역류성 환자들의 위와 횡격막 주변이 긴장된 경우를 많이 본다. 이 때문에 음식물을 편하게 아래로 내려보내지 못하고, 위 주변에서 압력이 정체되거나 때론 치밀어 오르는 흐름이 발생한다.   

 

이 상태가 되면 역류성 식도염 외에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트림을 자주 하거나 배에 가스가 많이 차거나 자주 체하는 증상이 쉽게 생긴다. 아래로 내려가는 소화의 물리적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되거나 만성화된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은 이런 경우가 많았다.    


다음으로는 생각해야 할 것은 슬프게도 노화다. 통계에서 40대 이후 비율이 높은 것은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것도 이유겠지만, 신체기능 그중에서도 괄약근의 약화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밸브가 낡아서 헐거워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아마도 방광이나 항문과 같은 다른 부위의 괄약근에도 조금씩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이렇게 보면 역류성 식도염이 자주 발생하고 만성화 된 경우라면 위산과 염증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는 산이 역류하지 않는 몸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Robert Owen-Wahl님의 이미지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의 종류와 식습관을 살펴는 것이 중요하다. 제철음식 중심의 고른 영양 섭취와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야식과 폭식을 삼가는 것은 언제나 옳은 정답이다. 생식의 비율을 조금 높이고 조금씩 자주 먹는 패턴으로 식사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긴장을 하고 있다면 이완에 효과적인 운동이나 호흡과 같은 기법들을 통해 의식적으로 이완하는 훈련을 하는게 좋다. 또한 내장기에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운동은 필수다. 인간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반복적이고 만성화 된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과 염증을 줄이는 것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소화의 물리적 화학적 과정을 점검하고, 무엇이 소화를 방해하고 위산을 역류시키는지를 밝혀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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