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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Jan 31. 2024

채소 과일만 먹으면 우리는 건강해질까? (1편)

건강을 위해 생각해 볼 것들 

얼마 전 만난 환자 이야기다. 그 환자는 바로 서고 걷는 힘이 많이 약해져서 일상생활이 불편한 상태였다. 회복을 위해서는 체력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상담을 통해 완벽한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회복을 위해 식사에 변화를 줄 것을 권했다. 오랫동안 약해지고 굳어있는 몸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채식만으로는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하지만 환자는 채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장 점막에서 탈락하는 세포를 우리 몸은 소화시켜서 쓰니,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채식일지 몰라도 몸 속은 육식을 하고 있다. 부처님도 치료를 위한 육식은 허하셨다 등.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그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해온 방식으로 해답을 찾지 못했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주는 것도 치유를 위한 좋은 선택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채식위주의 건강한 잡식이 건강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초식동물도 아니고 육식동물도 아닌 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인류진화의 역사 속에서 인간은 어느 한 시대도 채식만 혹은 육식만을 고집하면서 살진 않았다고 한다. 특정한 식품이나 식사법이 마치 현대인의 모든 건강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주장은 환상에 가깝다. 그랬다면 과거에 그렇게 먹은 사람들만 남아 우리의 조상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지만, 인류는 늘 배고픔이란 위협을 안고 살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뭐든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먹었을 것이다. 살아야 하니까. 또한 지역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식재료 또한 달랐을 것이다. 지금도 다양한 방식의 적응과 진화는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실들로 볼 때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에 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건강이라는 것이 먹는 것 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큰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채식위주의 건강한 잡식은 내가 도달한 하나의 결론인 셈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해독주스나 해독스프에 관한 질문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채소 과일식에 대해서 묻는 환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는 살아있는 음식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앞선 환자에게서도 들은 이야기다.   

 

그때 환자에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채소와 과일은 채취된 순간부터 죽기 시작한다고, 살아있는 음식이란 말은 환상과 같은 것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하면 죽어가고 있는 음식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채취되는 순간부터 저장과 보관을 위한 처리를 하지 않으면 자체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시작할테니까. 그 정도가 미약하면 신선하다고 하고, 가끔 그 과정이 유익하면 발효라고 부르고 못 먹을 지경이 되면 썩었다고 표현할 뿐이다.  

  

채소 과일 중심의 식사 같은 이야기는 별로 신선하지는 않다. 구석기 식단부터 황제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해독스프 까지... 건강에 좋다는 식사법은 늘 유행이 있었고, 마치 떴다방처럼 한시절을 풍미하다 사라졌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고 그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식품이나 완벽한 식사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건강이 좋아지는 사람은 분명 있다. 그럼 최근 유행하는 채소과일식으로 건강상의 효용을 보는 사람들은 왜일까? 그것이 사람들 이야기처럼 살아있는 음식이나 효소 뭐 이런 이유는 아니지 싶다. 효소 또한 우리 몸에 들어오면 소화가 되기 마련이고, 모든 생물은 각자에게 필요한 효소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과 동물의 진화적 기원이 같다고 해도, 사과와 인간의 효소시스템이 동일하진 않을 것이다.    



이 식사법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익히지 않은 채소와 과일을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물론 식재료마다 고유의 성분에 따른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일정한 영양의 흡수는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 소화의 효율이 떨어진다. 좀 더 확장하면 익힌 음식과 생식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날 것을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음식을 익혀 먹기 이전, 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어떻게든 날음식을 소화흡수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각종 소화효소를 만들어 내고, 한정된 공간에 위장을 구겨 넣어서 어떻게든 소화를 위한 표면적을 넓히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발달시키진 못했다. 이 증거는 다른 초식동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귀여운 푸바오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먹고 소화시키는데 쓴다. 대표적인 초식동물인 소는 위를 여러개 만드는 것도 부족해 되새김질까지 한다. 그 정도로 날것을 소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지금처럼 식사시간이 짧아진 것은 음식을 익혀 먹는 영향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또한 인류가 지금처럼 큰 뇌를 가진 존재로 진화하는데 필요한 동력은 음식을 익혀 먹는 화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같은 양의 날 채소와 과일을 먹으면 그 부피가 주는 포만감을 느끼는 것에 비해 소화흡수할 것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열량제한 효과가 나타난다. 당연히 살도 좀 빠질 것이다. 또한 소화가 되지 않고 빠져 나가는 것이 많으니 배출이 잘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섬유질이 풍부하니 우리 장은 그것을 소화시키려고 부단히 애를 쓴 결과다. 갈거나 잘게 부수지 않고 원물 형태로 씹어 먹으면 이런 효과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 계속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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