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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Feb 01. 2024

채소 과일만 먹으면 우리는 건강해질까? (2편)

건강을 위해 생각해 볼 것들 

- 1편에 이어서 -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만들어낸 대표질환으로 대사증후군을 꼽는다. 이 병증은 화려한 영양결핍으로 비유되는 영양은 결핍된 칼로리 중심의 식사와 신체활동의 감소 그리고 따른 위장기능의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깊다. 이런 사람들에게 생식이 가져오는 유익한 점은 일정부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사법은 과거에도 있었다. 채소과일즙으로 암환자를 치료했던 거슨 요법이나 조지 오사와의 마크로바이오틱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나는 이런 식사법의 효과는 건강한 식재료의 유익함과 함께 열량제한 효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수입이 줄어들면 살림을 알뜰하게 하듯, 우리 몸은 열량이 부족해지면 성장과 생식 보다는 세포수준에서부터 모든 기능을 생존에 집중시킨다. 뭔가 특별한 것이 들어와서 병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런 음식과 식사법이 가져오는 결핍과 위기의 신호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내부의 이런 변화는 암과 같은 중한 질병이나 현대인의 대사와 관련된 증상들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병적 상태라는 전쟁상황에 유익하다. 전쟁이 끝나면 평화로운 시기를 위한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전시의 전략이 평시에도 유지된다면 우리는 늘 전쟁같은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눈을 감고 지금 본인이 선택한 식사법을 10년쯤 지속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또한 극단적인 전략일수록 반대급부도 있기 마련이다. 생존을 위한 식사법들을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과 청년들처럼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리처드 랭엄이 그의 책 <요리본능>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식의 가장 큰 단점 중의 하나는 생식능력이 떨어지는 점이라고 했던 것도 유념해야 한다. 아이를 갖길 바라는 부부에게는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소화력이 떨어진 노년층에게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흡수가 잘 되지 않는 식사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채소과일식이나 거슨요법 그리고 마크로바티오틱과 같은 생존을 위한 식사법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하고 다시 우리가 일상으로 먹는 건강한 집밥으로 돌아와야 한다.    


제철식재료 중심으로 차린 집밥과 채식의 비율을 높인 잡식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식사법이다. 우리가 먹어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음식이지 식품이 아니다.



제철식재료 중심으로 음식을 차릴 때 중요한 것은 식재료의 건강이다. 육식과 유제품의 유해함은 많이 먹어서도 그렇겠지만, 그것이 생산되는 방식과 동물이 살고 있는 환경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식재료의 건강은 채소와 과일도 마찬가지.    


환자들이 특정한 채소와 과일을 장기간 먹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제철이 아니라면 그 영양이 부실하기 쉽기 때문이다. 겉은 멀쩡해도 맛과 향이 없는 채소나 과일이 얼마나 많은지는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제철이 아닌 식재료의 재배와 보관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본질은 결국 에너지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양이나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제철이 아닌 것과 외국에서 들어온 식재료는 가능한 적게 먹어야 한다. 이런 선택이 내 건강은 물론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먹어야 할까?    


된장, 고추장, 청국장과 간장 그리고 김치와 같은 전통방식의 발효식품을 좀 더 즐겨 먹고, 가공식품은 줄여야 한다. 배달음식과 외식을 선택할 때 좀 더 신중하면 좋겠다. 소비자가 변하면 상업음식들도 변할 것이다. 이와 함께 40대 이후라면 먹는 양 자체를 조금 줄이길 권한다. 조금 부족한 듯 먹는 지혜가 중년 이후로는 필요하다.    



전통적인 장수지역인 지중해연안, 히말라야의 훈자지역 그리고 오키나와를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뭔가 특별한 음식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이 지역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가 이 특정 채소나 과일 때문이라는 기록도 없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인근에서 사는 신선하고 건강한 제철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겨 하는 것 그리고 가족, 이웃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사는 것이 장수한 사람들의 공통점이었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되었지만 현대인의 삶은 늘 불안하다. 그래서일까?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을 먹고 해로운 것을 피하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안된다는 것은 아마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좋은 건강은 특정 식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방식은 우리가 병이 있을 때 약을 먹는 것처럼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서 잠시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왜 아팠는지 그 이유를 살펴서 고치고, 다시 일상의 음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좋은 건강은 너무 느슨해서도 안 되지만, 불안과 강박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철식재료 중심의 건강한 집밥 그리고 채식 위주의 잡식이란 기준이 현대인의 강박과 불안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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