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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Mar 19. 2024

잘 뽑은 의원 한 명, 열 의사 안부럽다.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저녁 뉴스에도 포털에도 4월 총선과 관련된 소식들이 매일 올라온다. 지지를 호소하는 사람들, 다양한 이슈들을 해석해 주는 사람들까지. 어떤 의미로든 선거는 정치에 발 담고 있는 사람들의 한판 축제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이제 각 당의 후보들이 다 결정될 것이고, 본격적인 선거에 들어가면 각 후보와 정당을 홍보하는 인쇄물이 집으로 날아올 것이다. 이전에는 그런 것 보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진 지금에는 좀 더 살피게 된다. 최악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자료집을 보면서 맨 먼저 탈락시키는 사람은 약속보다는 자신의 지난 이력이나 특정인과의 친분을 앞세운 경우다. 그런 사람일수록 지역의 사정에 어둡고 약속의 디테일은 떨어지기 쉽다. 환자에 비유하면 병에 걸리기 전의 건강했던 시절만 이야기 하거나, 무슨 병원의 어떤 의사를 알거나 그 사람에게 치료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과 비슷하다. 병을 치료할 때 과거의 시간이나 배경이 참고는 되지만, 지금의 상태를 진단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해 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과거와 배경을 중심으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후보는 일단 패스다.      


다음으로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을 거름망으로 삼는다. 내가 아직 현실을 몰라서인지는 몰라도 사회와 미래세대에 대한 꿈이 없는 후보는 매력이 없다. 그래서 달콤한 사탕처럼 유권자의 관심을 끌 눈앞의 현안 해결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후보도 제외한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방향이 부족한 후보도 한쪽으로 뺀다. 머리는 하늘을 향해 두되 두 발은 땅을 딛고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약속을 내 놓은 흔적이 있는 후보를 추린다.     

 

정치인의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포부는 개인에게는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하는 문제와 같다. 이 질문은 좀 더 나가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질문과도 이어진다. ‘그냥 병 없이 건강하게 살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나 죽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평소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혹은 중한 병에 걸려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든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닐 수준의 신체를 유지하는 것, 생의 마지막 날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인지능력을 유지하는 것, 불행하게 중병에 걸렸을 때 스스로의 신념을 배신하지 않을 것 그리고 연명치료는 하지 않을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혹은 나이가 드는 것에 맞춰 조금씩 바꿔가며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삶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이다. 건강은 그것을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심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의 상태를 진단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관리다. 선진국의 방식이라고 해도 우리 현실에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건강법이 있다 하더라도 내게 불필요하거나 맞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마지막으로 생태와 교육에 관한 부분을 본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욱 관심이 가는 영역이고, 교육과 생태는 건강한 삶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나 고민을 한 후보는 찾기 힘들다. 일설에는 한국에서 교육을 내세워서는 당선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의 대다수가 자신의 자녀가 대학입시를 마친 후에는 교육정책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육이 이럴진대 기후변화나 인공지능과 같은 이야기는 시쳇말로 먹히질 않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일수록 선거에서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 인간이 절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이런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찍을 후보가 정해지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솔직히 이 3가지 거름망을 거치면 남는 후보가 없다. 그럼 거름망의 구멍을 조금 늘려서 다시 한번 걸러본다. 그러면 남는 후보들이 있는데 재밌는 것은 그게 한 가지 색으로 통일이 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병을 치료하고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특정한 방식이 유일한 답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는 편작의 삼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시 명의로 명성이 높았던 편작에게는 두 형이 있었다. 둘 다 의사였는데 별로 유명하지 않았다. 왕은 편작을 불러 그 의술을 칭송했는데 그 자리에 편작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자신의 둘째 형은 병이 별 것 아닐 때 치료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통의 의사로 알고, 큰 형은 사람들이 자신이 병이 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치료하기 때문에 인정을 받지 못한다. 자신은 병이 깊어지고 심해진 후에야 치료를 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불치병을 고쳤다고 칭송하지만, 실은 세 형제 중 자신의 의술이 가장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 일화는 병이 심해지기 전에 미리 치료하고 더 나은 것은 예방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의사라는 직업에 국한된 것이지만, 나는 여기서 좀 더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덜 아픈 사회를 만드는 사람이 가장 큰 의사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조금 덜 불안해 하고 스트레스 덜 받는 사회, 아이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오래 그리고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사회, 몸이 다치지 않게 일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병이 났을 때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의사가 필요하다. 어쩌면 정치의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번 선거에는 거름망을 좀 촘촘히 해도 남아나는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이를 아프게 하겠다는 약속보다는 우리 사회의 병을 치유하고 건강한 기운을 북돋아 줄 큰 의사들이 많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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