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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Mar 13. 2024

호흡이 생명이다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숨을 쉰다. 일부러 숨을 참지 않는 한,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단 뜻이다. 실제 몇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우리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쉬어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호흡은 그 중요성에 비해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부족해서 보조식품까지 챙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분들도 정작 숨쉬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운동을 안하는 환자 중에는 웃으면서 본인은 숨쉬기 운동만 한다고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나도 웃으면서 숨쉬기 운동만 잘해도 건강의 절반은 먹고 들어 간다고 답한다.

   

특히 암이나 치매처럼 노화와 관련되고 중한 병과 만성질환 일수록 좋은 호흡은 그 예방과 치유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병이 중할수록 한방에 낫게 해줄 약물과 치료법을 먼저 찾지, 자신의 숨쉬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드물다. 건강을 회복하는데 아주 강력한 도구임에도 익숙하고 평범해서 외면받는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호흡이란 산소를 들이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일이다. 이제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그럼 왜 우리는 산소가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산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결과물로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 또한 폐처럼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까지도 아마 ‘그거 누구나 다 아는 것아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포호흡이 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가 폐로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것은 세포호흡을 위한 것이고, 세포가 숨을 잘 쉬어야 건강할 수 있다. 그리고 암을 포함한 많은 병의 발생에는 이 세포호흡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

   

이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


아! 어디선가 봤던 그림인데?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그림은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표현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이제 생물시간에 들어본 적 기억이 조금 떠올를지도 모르겠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에너지 발전소로 포도당과 산소를 이용해서 세포들의 화폐라고 할 수 있는 ATP를 만든다. 그리고 이 발전의 결과물로 물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세포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고,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바로 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한다.

   

우리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미토콘드리아 덕분이다. 앞서 말한 세포호흡을 통한 미토콘드리아의 발전 과정에서 ATP를 만드는 대신, 열풀림 과정이 일어나면 열이 발생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열이 체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손발이 차고 추위를 잘 타고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들에게 체온을 높이고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고 근육을 만들라고 말한다. 이런 조언 또한 미토콘드리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육을 이루고 있는 세포 안에는 다른 곳에 비해 미토콘드리아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은 호흡과정에 일정한 부하를 걸어 낡고 제 기능을 못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고,새롭고 건강한 녀석들로 교체하는 과정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면역학자인 아보 도오루가 말하는 암의 발생조건인 저산소 · 저체온 상태는 서로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산소상태가 되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고, 발생하는 열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체온도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 또한 부족한 상태에 빠지고 만다.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면 늘 발생하고 있는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면역기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범죄는 늘어나는데 경찰차에 기름이 떨어지면 현장에 출동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각자의 유전자의 특징과 생활패턴에 따라 취약한 부분에서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세포 속에 들어있는 이 작은 소기관이 건강과 질병 그리고 수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 처음부터 세포의 일부였던 것은 아니다. 적은 양이지만 아직도 자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본래 단독생활을 하던 녀석이었다. 그러다가 핵을 갖고 있는 진핵세포와 동거를 시작했는데, 이 때가 지구의 역사로 보면 산소농도가 높아지는 시기였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기능성식품 광고에서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산소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이다. 공기 중에 노출된 철이 녹이 스는 것을 떠올리시면 쉽게 상상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와 세포의 동거는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진핵세포는 높아진 산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고, 미토콘드리아는 편하게 밥을 얻어 먹으면서 세포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생관계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렇게 시작된 동거가 오래 되면서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세포로 발전했고, 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일부 유전자를 진핵세포의 핵에 넘겨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몸 또한 이 세포들 또한 이 세포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렇게 보면 숨을 제대로 쉰다는 것은 단순히 산소를 들이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숨을 쉰다는 것 자체가 바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목숨이란 말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 마이크로한 세계에서 시선을 줌아웃해서 좀 더 마크로한 관점에서 호흡을 바라보자.

   

진료를 하면서 환자들이 숨을 얕고 빠르게 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상담을 하면서 그 이유를 찾다보니 현대인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트레스다. 감정적 스트레스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일차적으로 우리 몸을 긴장시킨다. 목과 어깨 통증의 상당부분은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반응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호흡은 단순히 폐가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는 횡경막을 포함한 다양한 근육들이 관여하는데, 스트레스는 이 근육들을 긴장시켜 호흡을 방해한다. 팽팽하게 긴장하거나, 탄력을 잃고 뻣뻣해진 근육 때문에 작고 얕은 호흡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는 운동부족으로 인한 심폐기능의 저하를 들 수 있다.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크게 숨을 쉴 일이 없다 보니 점점 그 기능이 퇴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세먼지와 각종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 물질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폐의 손상은 나이를 먹을수록 쌓이게 된다.

   

숲길이 아닌 대도시 한복판을 걸을 때 우리는 하루에도 상당한 양의 발암물질에 노출된다. 분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늘 쓰고 살자니 이 또한 호흡을 방해한다. 이것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모두 경험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에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나 유해요소가 많은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이 외에도 일자목과 거북목으로 대표되는 구부정한 자세도 영향을 준다. 고개를 숙이고 웅크린 자세는 심장과 폐가 위치한 가슴을 압박한다. 긴장한 근육과 더불어 좋은 호흡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보면 현대인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숨을 쉰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스트레스에 따른 긴장반응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다. 눈 앞에 위험이 닥쳤는데 싸우거나 도망치지 않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가만히 있다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다치거나 죽고 말 것이다. 외부의 스트레스에 따른 긴장반응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큰 무기였다.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스트레스 반응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바로 자율신경이다.

   

문제는 현대인은 이 스트레스 요소가 너무 많고 지속적이라는 점에 있다. 일정 시간 긴장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편하게 쉬면서 이완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는데,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고 늘 긴장상태에 빠져서 살기 쉽다. 교감신경 항진으로 대표되는 자율신계의 불균형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긴장반응은 에너지를 많이 쓰게 만든다. 싸우거나 도망치는 행위는 가만히 누워서 쉬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자율신경계 불균형에 빠진 사람들이 부신피로로 대표되는 번 아웃 상태에 빠지기 쉬운 이유다.

   

얕고 빠르고 약한 호흡으로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산소는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에너지 소모는 늘어나니 몸과 정신의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면역력?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암과 같은 중한 병과 류머티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이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문제 자체에 희망과 답이 있다. 스트레스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긴장이 제대로 된 호흡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호흡을 이용해서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통행이 가능한 쌍방향 피드백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얕고 빠르고 작은 호흡을 깊고 느리고 충만한 호흡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호흡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숨을 잘 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긴장된 근육들을 풀어주면서 편하게 호흡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몸의 긴장이 일정수준 풀리고 난 후에 천천히 그리고 깊이 호흡하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여기에 피로를 남기지 않을 수준의 무리 없는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폐기능을 키워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깊고 느리고 충만한 호흡은 신체활성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뿐만 아니라, 뇌에 안전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안전해, 이제 긴장에서 내려와도 괜찮아”라고 신경계의 사령탑인 뇌에 말을 거는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호흡은 신경계의 신호체계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뇌로부터 시작되는 신호가 변화하면 우리 몸 또한 좋은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다. 면역시스템 또한 함께 활성화 될 것이다.

   

이 외에도 깊고 느리고 충만한 호흡은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바로 대사율의 조절이다. 좋은 호흡은 대사율을 조절해서 몸의 리듬을 오래 사는 쪽으로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활활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을 은근하고 오래가는 불로 바꾸는 것이다. 몸의 리듬이 바뀌면 세포수준에서도 이에 맞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끝으로 좋은 호흡은 우리 몸속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압력의 흐름을 활성화하는데 효과가 있다. 호흡은 단순히 폐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횡경막을 포함한 주변의 근육들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에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몸통 속에서는 호흡의 리듬에 맞춰 압력의 이동이 일어난다. 이 흐름은 마치 마사지를 하듯 내장기들에 부드러운 물리적 자극을 주고, 체액의 흐름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낸다.

   

동양의 전통적인 건강법에서 단전호흡이라고 부르는 아랫배까지 호흡의 압력이 이동하는 방식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뇌와 장기가 위치하고 있는 머리와 몸통 공간에서의 흐름을 활성화시키는데, 이러한 호흡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단전호흡은 신비한 것이 아니라 아주 물리적인 도구다. 이것은 우리 몸을 관찰하면 너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뇌는 두개골이라는 뼈로 둘러싸여 있고, 가슴은 이보다는 못하지만 흉골과 갈비뼈 그리고 척추로 둘러싸여 있다. 그에 반해 배는 마치 풍선처럼 부드럽고 탄력적인 공간이다.

   

그럼 호흡을 통한 흐름의 활성화에 어떤 공간을 이용해야 할까? 당연히 부드럽고 단력적인 배를 이용해야 하고, 이 공간을 충분히 이용하려면 아랫배까지 호흡의 압력을 이동시켜야 할 것이다. 시소의 한쪽을 내리면 반대쪽이 올라가는 것처럼, 아랫배까지 충분한 압력의 이동이 이루어지면 뇌가 위치한 머리까지 흐름이 활성화된다.

   

호흡을 통한 내장기와 뇌로의 흐름을 활성화는 장기와 뇌의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이것은 병의 예방과 치유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 환자들에게 참장을 권하고 지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참장은 그 방법이 간단하고 호흡과 함께 신체의 직립구조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서 더욱 효과적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의식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숨을 쉬는 것에 무심하기 쉽다. 하지만 호흡은 생명이고, 좋은 호흡은 자율신경계의 균형회복과 대사율의 조절 그리고 순환을 활성화 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경계가 균형을 회복하고 몸의 리듬과 흐름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한다면, 병의 예방은 물론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건강을 잘 관리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할것인가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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