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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Apr 06. 2024

뇌를 적극적으로 길들이자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계절이 바뀌면서 진료실에는 봄을 타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아프던 곳은 더 아프고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다고 한다.      


“집안에만 계시지 마시고 낮에 햇볕 좋을 때는 꼭 나와서 걷기도 하고, 친구 분들하고 맛있는 음식도 드시러 가시고 놀러도 다니고 그러세요. 혼자 집 안에 계시면, 지난 일들만 그것도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좋지 않으세요.”     



신체적 과로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심리적 우울을 동반한 무력감에 빠져 있는 환자도 많다. “난 다 괜찮아요.”라고 말하지만, 모든 몸의 신호들은 “재미없고, 힘들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 우울해요’라고 오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다른 불편감을 말한다. ‘불면, 피로, 소화불량, 통증 그리고 잘 낫지 않는 염증’ 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래서일까? 상담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정신신경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몸의 증상이지만 그 불편함은 감정과 정신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울과 심리적 무력감에 빠진 환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증상이 좀처럼 낫지 않는다. 한 가지 증상을 없애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병의 이유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급한 불은 꺼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병이란 거울에 내 모습을 한번쯤 비춰볼 필요가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행복이나 만족감과 같은 긍정적 감정보다는 공포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에 훨씬 민감하고 더 잘 학습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기억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부정적 감정에 쉽게 휩쓸린다고 한다.     


있을 때 어떻게든 많이 먹어 두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유리했던 유전자의 기억이 대사증후군을 포함한 현대인의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부정적 감정에 대한 감수성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물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질은 형편없는 요즘 음식과 부정적 감정을 부추기는 자극이 넘치는 시대 탓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생존본능이 고통과 불안으로 몰고 가는 부메랑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겐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 바로 다른 고등동물보다 발달한 대뇌피질이다. 공포에 뿌리를 둔 본능에서 잠시 내려오면,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우리의 마음상태를 지배하는 것은 주로 암묵기억(지난 기억의 잔재들이 의식의 깊은 곳에 남아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기억)이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무의식 또는 불교에서 말하는 업식이 바로 그것이다. -중략- 부정적인 암묵기억이 긍정적인 암묵기억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로 인해서 우리의 마음은 본능적으로 더욱 우울하고 염세적으로 쭈그러들기 십상이다.    
 
마음의 평안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용’과 ‘확산’이라는 이중전략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경험은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어 털어내고, 긍정적인 경험은 적극적으로 증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가급적 좋은 기억만 간직하면 된다는 뜻이다. 유익하고 즐거웠던 경험을 끊임없이 연상하면서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하면, 슬프고 끔찍했던 경험을 차츰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연습을 통해 뇌가 행복해지면 신체 역시 행복해진다. 면역기능이 향상되고 스트레스에 대한 심혈관계의 반응성이 둔해진다. 낙천성과 적극성을 관장하는 좌측 전두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장현갑 지음, 불광출판사 중에서 -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기쁨, 분노, 슬픔, 걱정, 생각, 놀람, 두려움의 일곱 가지로 대별한다. 그리고 각각의 감정의 기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다양한 몸의 반응을 일으킨다고 본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감정의 변화는 뇌와 신경계가 반응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나란 존재를 새롭게 재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바깥 세상과 부딪칠 때 맨 처음 발생하는 것이 감정이므로, 감정반응의 조절은 내가 경험하는 세상과 나를 만든다.      


앞서 인용한 책의 저자는 그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한다.      


1.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왜곡하지 말아야만 우리의 정신과 뇌는 안정적인 질서를 유지하고 건강해진다.
2.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다. 객관적으로 행복을 매기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하면 된다. 그게 진리다.
3. 스스로 의미있고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일에 자신을 걸라는 것이다. 온통 전념하고 몰두하라.
4. 단순하게 더욱 단순하게 살라.
5. 명상을 통해 심신을 수련하라.
6. 그리고 만족하라.     


아마 읽으면서 ‘에이~ 이거 모르는 사람있나?’라고 생각했을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느냐 모르냐가 아니다. 하는가 마는가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감정을 다루는 일은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팔의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도 잘 모르고 연습도 하지 않는다. 감정을 다루는 것 또한 훈련이 필요하고, 긍정이라는 좋은 영양섭취도 필요하다. 물론 살면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감정의 근육이 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을 알고 연습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진짜 달라진다.” 감정을 잘 다루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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