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찬 Apr 08. 2024

따뜻함이 병을 이긴다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아직 좀 쌀쌀한데 안 추워? 젊은 것이 좋긴 좋네.”     
“이제는 제법 따뜻해 졌어요. 그리고 저도 이제 그리 젊지도 않아요~^^”     


마침 한의원 앞에서 만난 10년 단골 할머니가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말을 건네신다. 물 한잔 따라 드리면서, 숨 좀 돌리시고 치료받으시라고 말씀드린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일 년 내내 반팔 가운을 입고 진료를 한다. 그러다 보니 추운 날에는 가끔 걱정하는 환자분들이 계시다. 진료실 안에만 있어서 괜찮다고 하면, 어르신들은 “아직 젊고만~”하고 말씀하신다.     

 

반팔 차림으로 진료를 하는 이유는 내 몸을 온도계로 쓰기 위해서다.     

 

한의원을 찾은 분들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몸이 차가워져 있다. 평소에 손발이 차거나 추위를 많이 탄다는 분도 있고, 치료를 받을 때 진료실 온도가 조금만 낮아도 춥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나 오랫동안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젊은 환자 중에서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지쳐 있는 분들은 추위를 잘 탄다.    

 

이런 이유로 진료실 안의 온도는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따뜻하게 하면 난방비가 많이 든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반팔 가운을 입는 것이다. 반팔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추위를 느끼지 않고 진료할 수 있으면, 환자분들도 춥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온도가 되는 것 같다.      

면역력과 체온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우리 몸이 냉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병에 걸리기 쉽고 잘 낫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가 정말 체온을 낮추는 생활습관으로 인해 면역기능이 저하되었는지, 만성질환이나 중증 질환을 앓으면서 몸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온이 낮아졌는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분명 도움이 된다.  

    

체온이 유지되는 것은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 덕분이다. 우리가 생물시간에 배운 생명의 화폐라고 부를 수 있는 AT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근육이 많으면 몸이 따뜻하다고 하는데, 근육을 이루고 있는 세포에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열생산 공장이 많고 잘 돌아가니 적정한 체온 유지에 유리하다.      


이렇게 보면 몸이 따뜻하고 좋은 체온을 유지한다는 것은, 세포에서 충분한 에너지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면역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체온이 낮다는 것은 결국 충분한 에너지 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체온은 곧 저에너지 상태고 이것은 당연히 면역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 몸이 36.5도 정도에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이 온도가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아마도 지구환경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체온을 높이기도 하지만 곧 원상복귀 된다. 고열이 지속되면 우리 몸의 정상세포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체온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져도 우리 몸의 정상세포의 활성은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각종 신체기능들이 저하되게 되어 병에 쉽게 걸리고 잘 낫지 않는 상태가 된다. 마치 겨울이 되면 자연계의 모든 동식물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하지만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는 것처럼, 좋은 체온을 회복하면 스스로 치유하는 힘 또한 좋아진다. 이런 현상은 급성질환 보다는 만성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이나 류머티즘과 같은 면역관련 질환을 치유할 때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지병이나 암과 치매와 같은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체온을 좋은 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것이 좋다.    

 

현대인의 체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생활습관 그 중에서도 식습관이다.    

  

음식에서는 ‘생냉지물生冷之物’이라고 표현하는 날 음식과 성질이 차가운 채소와 과일 그리고 음료 등을 과도하게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채소와 과일을 먹더라도 과하지 않게 그리고 그 차고 따뜻한 성질을 잘 배합해서 치우치지 않게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을 조리할 때 가능한 건강한 제철음식 중심으로 식재료를 쓰고 정제·가공된 식품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 정제되고 가공된 식품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기 보다는 그 대사과정에서 영양을 소모하는 경향이 있다. 살기 위해 먹은 음식이 나를 상하게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일정시간 햇볕을 쬐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느리고 깊은 호흡훈련을 통해 세포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켜 주면 좋다, 또한 차가운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열을 잃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무리 없는 운동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여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면 중완혈이나 관원혈과 같은 복부에 있는 혈자리에 화상을 입지 않게 주의하면서 뜸을 꾸준히 뜨면 좋다.      


또 한 가지, 참 어려운 일이지만 감정을 너무 과하게 내지 않는 것이 좋다. 분노로 인한 화는 끓어 올랐다가 내려가면 몸을 차갑게 식히고, 우울한 감정은 기의 흐름을 정체시키고 여러 기능을 약화시킨다. 성인군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해서 감정을 잘 다루는 연습을 하면 좋다.      


우리 몸은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스스로 건강을 잘 회복한다. 봄이 오고 해가 길어지면 얼음은 저절로 녹는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온화하게 갖는 일은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건강의 조건이다.       

작가의 이전글 뇌를 적극적으로 길들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