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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Apr 15. 2024

술은 최고의 약이자 모든 독의 근원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원장님~ 술약이 다 떨어졌네요.”   


전날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것 같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환자는 오래된 단골 환자다. 내원할 때마다 상태에 맞게 치료를 하지만, 몸이 힘든 일차적인 이유는 잦은 음주와 과음이다. 그런데도 검진 결과는 늘 가벼운 위염 외에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서, 병원에서도 신기해 한다고 한다.    


“몸이 버티고 버티다 어느 순간 무너지는 날이 오면 그때는 아무리 좋은 약도 소용이 없어요. 처방해드리는 약은 정말 고육지책입니다.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나셨어도 그것만 믿으시면 안 돼요.”



잔소리를 늘어 놓으며 치료를 한다. 맥의 흐름과 어깨 근육을 살피다 보니 이 환자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업무상 일이 있어서 마시고, 일이 없어도 술을 마신다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누구에게나 한가지쯤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이 환자에게는 술이 해방구인 셈이다.    


진료를 마치고 해장을 한 듯 개운하다고 하면서, 이 환자 해맑은 표정을 한마디 한다.    


“언제 원장님하고 꼭 한잔 하고 싶어요.”   

스스로 술이 문제라고 하는 환자는 별로 없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보면 술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은 꽤 있다. MZ세대에서는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놀이문화와 음주문화가 결합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성인, 특히 남자들의 경우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량은 개인차가 아주 커서,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취하는 사람도 있고, 독한 위스키 한 병을 마셔도 괜찮은(속은 그럴 리 없지만)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술의 종류, 마시는 속도, 알코올 분해 효소의 유무, 체중, 그리고 평소 건강상태와 관련이 있다. 자신의 상태를 무시하고 술을 마시면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 자체도 문제지만, 음주운전이나 취중에 벌어지는 범죄처럼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술이 주는 위로와 좋은 분위기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란 좋은 점은 취하고, 해는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살피면서 넘치지 않게 술을 마셔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술로 인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나 취했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우리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바탕으로 취한 정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1단계 :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도 산뜻하며 긴장감이 돌고 원칙도 잊지 않아 부드러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2단계 : 맥박과 호흡이 약간 빨라지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중진담이 나오는 단계다.    


3단계  : 호언장담, 허장성세의 단계다. 큰소리를 내며 호탕하게 웃고 때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때부터 “2차 가자!” 를 외치기 시작한다. 


4단계 :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단계다.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다. 반드시 귀가해야 하는 상태다. 이 단계를 지나면 전봇대를 붙들고 이야기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음주로 인해 사망을 할 수도 있다.    


기분 좋게 모임을 마치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1단계나 2단계에서 멈추는 것이 좋다. 어쩌다 폭음을 한다고 해도 3단계는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내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누가 와도 싸우면 이길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미 위험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때는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술잔을 내려놓고 집에 가야 한다.    


이와 함께 술을 마실 때는 약간의 지혜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음하지 않는 것이다. 하루 마시면 이틀은 금주하는 것이 좋고, 최소한 일주일에 이틀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아야 한다. 술의 해독을 담담하는 장기들도 쉬면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빈속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첫 번째 잔은 호기롭게 단박에 넘기기 보다는 가능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일종의 음주 워밍업이다. 



안주는 좋은 고기나 두부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해물이나 채소와 같은 알칼리 식품을 고르도록 한다. 버섯이나 콩처럼 다양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는 안주가 간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면서 차갑지 않은 물을 자주 마시면 좋고, 취한 상태로 잠들지 말고, 어느 정도 술이 깬 후에 자도록 한다. 

   

얼마 전 114세의 나이로 사망한 세계 최고령 할아버지는 일과를 마친 후에 즐기는 술 한잔을 자신의 건강비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WHO에서 발표한 장수비결 중 첫 번째가 적당히 술을 마시기다. 이처럼 술은 절제하고 잘만 마시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은 잘 마시면 이만한 약이 없다 해서 ‘백약의 으뜸(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뒤에는 바로 과하면 심신을 피폐하게 한다면서 ‘모든 독의 원인(백독지원百毒之源)’이라고 말한다. 술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 음식이다.    


문제는 술이 아니라 그것을 내가 어떻게 대하는가에 있다. 술에 지지 않고, 그것을 줄길 줄 아는 사람이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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