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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Apr 19. 2024

채식주의자도 통풍에 걸린다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괜히 발목이 자꾸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요산 수치가 좀 높고 통풍기가 있대요. 약은 처방 받았는데, 전 고기도 술도 안 좋아하는데 이상해요.”   


통풍痛風은 글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할 정도로 그 통증이 심한 병이다. 앞선 환자의 이야기처럼 요산이 몸속에 과도하게 쌓여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요산은 대소변을 통해 배출되지만, 과하면 문제를 일으킨다. 혈액을 타고 다니다가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더 많은 경우 발과 발목 주변에서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통풍성 관절염이 발에서 잘 생기는 이유는 그 부위의 체온이 낮기 때문이다. 과학 시간에 했던 결정실험처럼, 온도가 낮아지면 요산이 결정을 이루고, 이것이 마치 가시처럼 주변을 찔러 염증을 만든다. 몸 속에 가시나 바늘 그리고 유리 조각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면 그 통증이 어떨지 상상이 될 것이다.



이전에는 통풍을 귀족병 혹은 황제병이라고 불렀다. 술과 고기를 즐겨 먹을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잘 걸렸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통풍으로 고생한 대표적인 사람은 조선의 숙종과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있다. 둘 다 절대권력을 휘두른 만큼이나 내키는대로 먹거나 미식을 추구하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통풍은 술 그중에서도 맥주를 즐겨 마시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잘 생긴다. 하루의 피로와 긴장을 날려주는 치맥이 통풍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핵산이 몸 속에서 대사되고 남는 최종산물인데, 과도하게 만들어지거나 잘 배출이 되지 않으면 몸 안에 쌓여서 병을 일으킨다. 그래서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적게 먹고, 물을 조금 더 마셔서 그 배출을 돕는 것이 통풍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첫 번째 원칙이다. 한 가지 팁을 더하면 퓨린은 물에 녹는 성질이 있으므로, 퓨린 함량이 높은 식재료를 먹을 때 국물을 먹지 않으면 도움이 된다. 



퓨린이 많이 함유된 식재료는 육류와 어패류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내장기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산물 중에서는 조개류를 피하는 것이 좋다. 술도 좋지 않은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맥주를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먹을 것이 없다는 환자들이 있다. 나도 이런 음식을 절대 금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풍 진단을 받았다면 좀 더 절제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식재료가 꼭 먹고 싶다면 삶거나 끓여서 건더기만 먹는다던가, 신선한 채소를 더 많이 먹고, 물을 좀 더 자주 마시길 권한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환자처럼 술과 고기를 즐기지 않음에도 때로는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요산수치가 높고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왜일까?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과당’이다. 과당은 말 그대로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을 말한다. 비만, 당뇨, 당뇨, 비알콜성지방간, 신장질환, 만성염증과 암까지. 현대인의 많은 병이 과도한 과당의 섭취와 연관이 있다.    


그럼 과일은 해로운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과일에는 과당 말고도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마토 한 개에 들어있는 과당은 1그램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식사를 대신할 정도로 과일을 많이 그리고 너무 자주 먹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식전에 입맛을 돋우는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과일이 가진 고유의 맛이 사라지고 단맛 일색으로 변하는 것도 문제다. 브릭스가 높은 과일이 과연 좋은 과일일까? 게다가 요즘 과일은 색도 다 비슷해지고 있다. 단맛 일색의 과일은 매력도 없고, 본래 과일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성분도 줄어든다. 그런 과일은 건강의 관점에서는 좋지 않다. 또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건강한 음식으로 꼽지만, 채소와 과일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과일은 과일이고 채소는 채소다. 



현대인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과당은 주로 설탕과 옥수수 시럽과 같은 정제된 고농축 과당이다. 일단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설탕이 너무 많다.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상업음식의 단맛 일색은 외식이 두려울 지경이다. 집밥을 자주 먹고 의식적으로 단맛을 절제하지 않는한 우리는 매일 과당을 과도하게 섭취할 확률이 크다. 단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당의 대사는 대부분 간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대사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을 물론이고 그 결과 요산이 만들어진다. 또한 과당은 포도당보다 훨씬 더 쉽게 지방으로 저장된다. 간을 피로하게 만들고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이 결과물로 마른비만 그리고 비알콜성지방간이 만들어진다. 과당의 또 다른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미워하는 탄수화물과 달리 포만감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른 줄을 모르니, 나도 모르게 계속 먹게 된다. 비만을 해결하고 싶다면 다이어트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과당을 끊어야 한다.    


최근에는 설탕이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올리고당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시중의 음식 레시피 중에는 건강을 위해 올리고당을 쓴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설탕에 비해 단맛이 적어서 많이 쓰는 경향이 있는데, 많이 쓰면 좋은 것이 없다. 또한 시판되는 올리고당 제품에는 단맛 때문에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름에 속지 말고 그 실체를 볼 수 있어야 건강을 잘 돌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우리가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채소인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콩도 다른 식재료에 비해 퓨린의 함량이 높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식재료를 많이 먹어서 통풍에 걸린 경우는 보지 못했다. 나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유익함이 크기 때문이다. 통풍이 발생한 상태에서 과하게 먹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통풍환자가 증가하고, 혈중 요산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이전의 왕이나 귀족들처럼 먹고 산다는 의미일 수 있다. 현대인의 질병 중에 통풍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 당뇨병과 비만이다. 이 세 가지 모두 배고픔을 모르는 계층에서 잘 발생하는 병이란 공통점이 있다.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맘껏 먹고, 음식을 만드는데 손이 많은 가는, 요즘으로 치면 가공식품을 즐겨 먹을 수 있었던 것이 과거의 상류층이었다. 반면에 거친 음식과 자연의 상태에 가까운 음식을 먹고, 내일의 식사를 걱정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계층에서는 이런 질병은 잘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거칠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고, 단식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일부러 배를 비우고, 비싼 비용을 내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하루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늦은 시간의 배달음식과 술로 풀고, 그것도 부족해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은 시간이 없고 또 피곤해서 못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두 계층의 체형 또한 차이가 난다. 누가 통풍과 당뇨병 그리고 비만이란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은 그 자체로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다. 그렇게 보면 요산이 필요이상으로 축적되는 것은, 몸 속에 산화적 스트레스가 넘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만성염증으로 대표되는 전쟁이 우리 몸 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매일 매일이 전쟁 같은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 어쩌면 핏속에 녹아 있는 많은 요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산수치를 떨어 뜨리는 약을 복용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더 나은 것은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신선한 제철식재료 중심의 집밥을 식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강력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 뇌와 혈액과 몸을 망가뜨리는 과당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설탕과 액상과당은 술과 마약만큼이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나도 모르게 중독되고, 그 폐해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해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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