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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Jul 10. 2024

나이들수록 호흡이 중요한 이유
(1편)

건강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대기실 의자에 털썩 앉는 할머니에게 요즘 좀 어떠시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하신다.
   
“딱~ 안 죽을 만큼 아파. 흐흐흐”
   
대장암 수술 이후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어깨통증 환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어깨가 아파 팔을 못 드는 것이 내 몸에서 가장 가벼운 병이에요.”   

진료하면서 유난히 환자들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쩌다 보니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는 되었는데, 건강이 연장된 수명을 따라가지 못한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찾지만, 그냥 나이 듦 자체가 문제인 환자를 자주 만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예전과 같지 않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산다는 일, 그중에서도 건강하게 늙는 일은 참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나이가 들면 왜 자꾸 여기저기 아프고, 암과 치매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한 병에 걸리기 쉬워질까? 어르신들 말대로 그냥 오랫동안 써먹어서일까? 아니면 인간의 운명이 그런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에너지의 생산과 흐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기’의 생성과 순환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에너지 문제의 중심에 바로 호흡이 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Łukasz Dyłka님의 이미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은 “oo을 먹어라”라는 말이다. 그다음으로는 “oo 운동을 하고 근육을 만들라”라고 말한다. 이런 말만 들으면 ‘100세 시대, 무병장수’는 떼 놓은 당상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필요한 음식도 운동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삶과 건강은 그렇게 뭐 한가지로 좋아지고 나빠지는 그런 단순한 자판기 같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그럴싸한 정보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바로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호흡능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아주 서서히 진행되지만, 호흡능력의 퇴화는 확실하고 여지없이 진행된다. 호흡의 힘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어쩌면 감정과 정신까지도,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우려되는 것은 이 호흡능력의 감소가 고령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때로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서도 보인다는 점이다. 오래 앉아 있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장시간 이용하고, 운동이 부족한 사람들. 그리고 공황장애, 우울증 그리고 주의력결핍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현대인의 많은 병의 원인을 환경의 변화나 음식에서 찾지만, 어쩌면 호흡능력의 감퇴가 더욱더 근원적인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흡능력이 떨어지면 우리 몸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우리를 살게 하는 에너지는 세포호흡을 통해 얻어지는데, 이 과정에 산소가 이용된다. 오랜 기간의 진화를 통해 결점을 보완해 왔지만, 완벽하지는 않아서 에너지 생산과정 중에 반응성 산소가 새어 나온다. 우리가 흔히 활성산소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다양한 영양보충제와 기능성식품의 단골손님이다. 광고를 보면 활성산소를 마치 만병의 근원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다. 생명도 평화도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좀 더 건강할 수 있는데,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도 그런 역할을 한다. 

   

문제는 호흡능력이 떨어지면 새어 나오는 반응성 산소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마치 배가 낡아지면서 생긴 작은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물이 배를 서서히 가라앉히는 것과 같다. 아마도 ‘아! 그럼 늘어난 활성산소를 잡는 항산화제를 먹으면 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우리 몸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근 들어 장기간의 영양보충제 복용이 별 효과가 없거나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드러난 것만 없애려는 방식은 단기전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전에서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 

호흡능력의 저하에 따른 활성산소의 유출증가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온다. 나쁜 적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문제 대응하기 위해 활성산소가 유출되는 부위의 기능을 억제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떤 과정에서 불량이 자꾸 생기면, 그곳의 통과 속도를 늦춰서 불량률을 낮추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 부분뿐만 아니라 전 과정이 느려지고, 처리하지 못한 물건이 쌓이기 시작한다. 세포호흡 또한 전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회전구조이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호흡 회로에 정체가 일어나면서 회로에 투입되어야 할 중간물질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를 만들어 낸다. 실제로는 산소가 부족한 것이 아니지만, 산소가 부족할 때 일어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처럼, 산소가 부족하단 가짜 뉴스는 우리 몸을 병들게 만든다.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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